세수도 않고, 아이들은 완전무장을 한다.
겹겹이 옷을 껴 입고, 두겹의 양말 위에 할머니 꽃버선까지 덧신고,
노란 비장화를 신는다.
두껍게 껴 입은 옷때문인지 아이들이 갑자기 커 버린것 같다.
겨울 해가 처마 끝에 달린 고드름을 녹이기 시작하자,
마음은 더 급하다.
엊저녁 아이들에게 썰매타러가자고 약속한 까닭에
동네 사람들 모두 바빠졌다.
다섯집 열두명을 태우고, 체인소리 요란하게 출발한다.
밤새 내린 눈에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흥분해 있다.
우리가 가는 눈 썰매장은 따로 있다.
10분 정도 거리의 한적한 농원앞 경사로.
온갖 종류의 눈썰매가 다 동원 되었다.
옛생각하며, 아빠가 만들어준 대나무 스키, 스치로폼에 장판지를
덧 대 만든 썰매, 야외용 돗자리....
오르락 내리락 아이들의 썰매타기는 보기만해도 신이 난다.
어른들은 눈으로 아이들을 쫓으며,마른 가지를 모아 불을 피운다.
미리 준비해온 보온병의 물로는 커피와 코코아를
가스버너가 성이 안 차 주전자는 아예 훨훨 타는 모닥불에 넣어,
컵라면 먹을 물을 끓인다.
하얀 눈 속에서 먹는 따뜻한 컵라면도 최고의 성찬이요,
호호 불며 마시는 코코아에 뱃 속이 따뜻하다.
솔내나는 연기 맡으며 어른들은 추억에도 젖어보고
아이들 썰매 밀어주며 같이 아이가 된다.
눈 밭에서 축구를 하다가, 눈을 굴리다가, 눈싸움을 하다가...
눈밭에서 뒹굴뒹굴 구르다가.....
아이들과 함께 낯선 세상 속에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즐거운 놀이시간은 작은 꼬마들이 있어
두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끝이 나지만,
두시간의 썰매타기는
내가 이 나이에도 어린 날을 기억하듯 아이들의 머릿속에
해마다 즐겁게 재생될 것이다.
아이들이 갑자기 씩씩해져 버린 것 같다.
나도 갑자기 순수해진 것 같다.
이 겨울 가기전에 다시 한번 이런 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