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7/20 09:45
남자. 나이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성격은 소심하지만 항상 영웅심에 사로잡혀 있음. 인생의 목표는 진정한 사랑과 정의수호. 직업은 정의의 파수꾼이나 혹자는 백수라고도 함. 인터넷 엽기 캐릭터 '졸라맨'의 프로필이다.
플래시 애니메이션 졸라맨 시리즈가 최근 만화 단행본 'zolaman(졸라맨)'(학산문화사 펴냄)으로 출간됐다.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막대형 인간 졸라맨은 정의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것이 특징. 정의를 외치며 큰소리 땅땅치지만 실상은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소심한 스타일이라 더욱 친근한 캐릭터다.
책은 졸라맨 시리즈 1탄 '뒷골목을 지켜라'와 2탄 '은행을 지켜라'로 구성돼 있다. 졸라맨의 팬이라면 숙지해야할 내용도 담겨 있다. 졸라맨의 프로필과 변신할 때 입는 파워수트의 기능을 설명해놓은 것.
리튬이온이 에너지원인 파라수트는 한번 충전으로 6시간 동안 활동이 가능하다든지, 까만 선글라스로 원거리 측정과 야간투시기능까지 갖췄다는 등의 정보가 그것.
졸라맨의 인기요인으로 꼽히는 특유의 이소룡 음성도 들을 수 있다. 오리지널 음성칩이 내장돼 책을 펼칠 때마다 졸라맨의 목소리를 15초간 들을 수 있게 했다.
인터넷을 한창 뜨겁게 달구었던 졸라맨의 인기가 출판계로도 이어질지 궁금하다. 13,000원.
----------------------------------------------
내가 졸라맨을 처음 만난 것은...
육아일기를 쓰고 있는 나의 홈페이지에다가 한 인터넷상의 친구가 졸라맨 1탄 1부 2부... 를 올려주고갔을때였다...
그걸 보고 얼마나 우스웠는지..
병규에게도 보여주었고...
병규도 배꼽이 쏙 빠져라 웃어대며..
우리는 졸라맨의 열광적인 팬이 되었다..
그로부터...
다만 수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왠만한 인터넷 중독자들사이에서 졸라맨의 이야기를 거론하는 행위만으로도 구시대적인 인물로 치부되어버릴 만큼.. 졸라맨은 우리 네티즌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전파되고 무소불위의 인기를 누렸다...
얼마전...
나는 엄마와 함께 달이를 데리고 백화점을 찾았다.
달이가 태어나고나자 백화점 코너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아무리 아무리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곳이 아동복 매장이다.. 엄마의 교만으로 뭐든지 갖다대어도 잘 어울리는 이쁜 우리딸 달이에게 이옷 저옷을 갖다대어보고,.. 꼭 한 두벌 정도는 마련해오는 것이 내 백화점 쇼핑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그 날 도...
나는... 아동복 매장을 돌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쎄일이라며... 매장의 한 구석, 매대에 진열된 이쁜 여자아이 옷을 살펴보던 나의 옆으로 한 아줌마가 다가섰다.. 상당한 미모를 지닌 그 아줌마는 한 손에는 가득 쇼핑 꾸러미를 지고 있었고.. 나머지 한 손으로 날렵하게 자그마한 옷들을 이리저리 재어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뚫어져라 쳐다보는 나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유유히.. 아이 스커트 한장을 쇼핑백안으로 쑤셔넣었다...
그런데...
그 상황이 벌어지고나서 얼굴이 붉어지며 황급히 자리를 뜬 것은 오히려 내쪽이었다...그녀는 나의 이와 같은 행동을 주도면밀히 관찰하며 가소로와하는 웃음마저 입가에 띠었다.
나도 나이를 먹는다...
나이를 먹어가면... 어린시절... 자그마한 일에 포르르 날개를 떨듯 발끈하던 일도.. 내 일이 아니라는 변명아래 묻혀버리게 된다.
내가 만약 그 상황에서...
그 아줌마에게
"아줌마.. 왜.. 값을 치루지도 않고 넣으시는거죠?"
하고 따져 물었다면... 일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니가 무슨 상관이야?"
하고 거친 소리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아줌마의 해코지를 두려워하며 몇날 며칠을 뜬눈으로 지새고.. 다시는 그 백화점에 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자..
새삼 내가 한 행동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문득문득 그리워진다...
아닌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 용기...
맞은 것은 맞다고 할 수 있는 용기도..
내가 살아온 30년의 세월중에는 분명 그런 용기를 지닌 때가 한 시절정도는 있지 않았을까?
나는...
오늘도 졸라맨의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