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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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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7


BY 후리지아 2001-07-20

제집엔 식칼이 없습니다!
반찬을 만들려면 식칼이 필요하건만, 전 경매로 넘어간
집의 씽크대 칼집에 그대로 두고 나왔습니다.
제가 칼을 다루는게 서툴단 생각들을 하시겠지요!
아닙니다. 무채도 잘썰고, 오이채도 잘 썹니다.
그런데, 왜냐구요!

손을 두번이나 꿰멘적이 있습니다. 물론 반찬을 만들다
베인곳이지요. 손가락을 자주 다치는 전 채써는것 이외엔
칼을 쓰지않습니다.
대신 가위로 사용을 하지요, 파자르기, 김치자르기...
웬만한 것들은 칼로 썬것보다 더 반듯하게 자릅니다.
또 있지요, 남편이 하늘에 가기 얼마전입니다.
투병생활이란게 본인도 힘들지만 보호자의 고통이란것이
말로는 다 표현 할 수가 없습니다.
집안에 환자가 한명이 아니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행스럽게도 큰아인 중학교에 입학을 하면서 씻은듯이 나았습니다.

전 남편의 투병 삼년동안 친구들 모임엘 나가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나와서 스트레스풀고 들어가라 하지만, 제 좁은 소견으론
더 쌓일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또 제 자신을 책임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잠자리를 함께하지 않으니...
밖에나가 맘에드는 남자라도 만나게 되면...
무서웠기 때문이지요, 남편과 함께하는 동안은 가정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으니까요.
또한 밖엘 나갈 수 있는 시간이 제겐 없었습니다.
식이요법을 해야하는 남편은 아침,점심,저녁을 집에서
먹어야 하니까요.

저녁밥을 먹고도 남편은 밖엘 나갑니다.
사람을 좋아해서 그럴 것이라 이해를 했지만 마음은
늘 불안했지요. 술을 마시고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항암제투여만 끝나고, 항암제 투약은 계속하는데...
한달에 한번씩 정기진료도 다니고...
말다툼이 자주 일어났습니다. 제가 애쓰고 수고하는 만큼
본인은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속상해 지니 자연스레
잔소리도 늘어나고, 짜증을 부리는 날이 늘어났습니다.
새벽에 들어온 남편을 잡고, 차라리 죽어버리라 막말을
했습니다. 술취한 남편은 히죽거리며 주방으로 가서
식칼을 들고옵니다.

전 겁이났지만 침착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남편이 심상치 않습니다, 정말 죽을 기세로...
제게 그럽니다. "그래 너도주고, 나도죽자!"
전 죽을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키운 내 자식들을 생각하니...
전 남편앞에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습니다.
아이들 생각해서 한번만 용서하시라고...
남편은 이내 잠이들어 버립니다.
새벽을 가르며 아침이 오고 있었습니다.
전 칼들을 모아 저만아는 깊은곳에 숨겼습니다.
다시는 꺼내지 않을 결심을 하면서...

테라스에 나가 아침을 맞으며 삶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종교를 배제하고라도 전 남편과 전생에 원수였을 것이라고...
남편에게 잘못한게 많아 이생에서 이처럼 고통을 당하는 것이라고...

산다는 것은...
병들어 치료후 완치판정을 받고 병과는 상관없이 저세상으로
가는 일은 아닐런지요. 세상에 나가 살피노라면 어이없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오늘은 내가 아니지만 내일은 나 일수도 있기에...
겸허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삼년을 남편의 투병생활을 도왔습니다.
완치판정을 받았습니다.
아마도 하나님께서 남편에게 세상에서 잘 하며 살아보라고
기회를 주신듯 했습니다.
사업도 전보다 잘되어 물질도 쌓여만 갔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병을 얻기전보다 방탕한 생활을 합니다.
물질을 잘 관리하는것도 사명감당이라 하던데...
경마,포커...얼굴보는 날이 줄어듭니다.

어느날 남편이 말하더군요...
"당신 내게 자유좀 주면 안돼겠니?"

그리곤 영원한 자유를 ?아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얼만큼 자유로운지 전 알지 못합니다.
남편이 자유를 원했고, 그 자유를 ?아 떠났으니...
그저 자유롭겠구나... 생각할 뿐입니다.

남편은 자유를 ?아 떠났지만 남아있는 제겐 족쇄가 채워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느 한쪽이 자유롭다면, 다른쪽은 구속일거라고...
아! 바람이고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무형의 바람으로 살면서...
어느날 알았습니다. 바람이고 싶었던 제 심정을...
제게 지워진 짐을 벗어버리고 싶은 마음 때문이였다는 것을...
자신의 몫으로 지워진 짐은 자신이 져야 한다는 이치를
알게 된것이지요.

남편이 자신의 짐을 제게 떠 넘기고, 자유를 ?아간 것처럼
산다는 것은...산다는 것은...
자유를 ?아 떠다니는 바람 같은게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