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농 면허를 가지고 있던 막내 시누가
벼르고 벼르더니 차를 장만했다.
집게발 벌리고 덤벼드는 꽃게처럼,
조폭들이 형님 앞에서 줄 서 있는 포즈처럼,
운전대를 잡고 벌벌 기는게 안스러워,
주말되면 한번쯤 동행해주면서
운전 연수를 시켜야 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아는 분의 전화가 서울에서 걸려 왔다.
가까운 지방에서 전시회가 있어서 찬조 출연으로 내려 가는데
전시회 구경 하러 친구들 하고 오라는.
전화 하신분이 화가 이시니 그림 전시회 일것은
당연 지사 물어 볼 이유도 없었기에 찬조 출연인 것이
잠깐 이상한 느낌으로 스치기만 했을뿐,
흔쾌히 그러마고 대답을 해놓았었다.
시누이 둘에게 겸사 겸사 좋은 기회가 생겼다고,
작품 구경 하고 드라이브하고 운전 연수도 겸하니
얼마나 좋으냐고, 주말을 잔득 기대하게 해 놓고
토요일 열한시까지 집앞으로 차를 대라고 당부를 했다.
겨우 아파트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서
간신히 끌고온 막내 시누는 여전히 게다리팔을 해가지고
운전석 옆에 앉아 있는 내게 공포감을 조성한다.
날씨는 겨울답지 않게 화창한데
히터를 끌줄도 모르는 운전수덕(?)에 땀을 흘려가며
고개 돌릴 여유 없이 도로 아스팔트랑 노란 선 하얀선만
보면서 도착한 곳.
아무리 둘러봐도 미술전시회를 알리는 플랜카드는 보이지 않고,
저만치 흔하지 않은 정사각형모양의 커다란 플랜카드가
눈에 들어 온다.
"*** 남근 조각작품 전시회"
"저거 맞어? 언니?"
"아닐텐데... 글쎄 몰라 그냥 전시회라구 했으니까."
"언니, 저 밑에 그분 이름 있네요, 찬조 출연 이라구"
"그러네, 여기가 맞나봐. 근데 이런 조각전시회 였네..."
나는 이런 요상스런(?) 전시회를 안내한
이상한 언니가 되어 시누들을 데리고 서성이는 사이에,
여자들 몇이서 계단을 오른다.
우리 세여자,
동시에 눈 촛점 모으고 서로 얼굴보며 키득거리는데
개량한복에 꽁지 머리를 하고 수염 덥수룩해서
누가 봐도 범상치(?) 않게 쳐다볼 만한 사람이,
어서 들어 가시라고 손을 펴서 이층으로 공손히 안내한다.
여기서 머뭇 거리면 더 촌스럽고 웃기는거야.
용기있게, 예술 감상하러온 문화인처럼 들어가야지.
이층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통로에 죽 늘어선 작품(?)들이
일미터쯤도 못 들어서게 위풍당당 나를 쳐다본다.
내허리춤만큼의 키를 한것(?)들의 사이를 잽싸게 질러가서
반대편 난간에 서서 숨을 돌릴라 했더니
거기엔 더 커다란 것들이 축하 화환 사이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안녕 하세요! 오셨어요?"
우연히 알게된 장승을 주로 깎는 젊은 조각가가
아는체를 해주지 않았으면 정말 어디다 몸을 세울지 몰라
한참을 더듬거렸을텐데 얼마나 반가운지.
유리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작은 것들.
형형 색색의 비누로 조각한 것들.
양초의 타던 심지를 붙이고 있는 것들.
큰것, 작은것, 중간것,....
솟은것, 누운것, 기울어진것, 반듯한것....
한개만 있는것, 두개가 겹친것, 서너개가 겹친것....
그림은 찬조 출연한분것 달랑 세점.
전시회의 작품과는 상관없는 얘기로 화제를 삼으며
눈만으로 한바퀴 죽 훑고 나오는데
테이프 커팅 준비를 하는 얼굴중에 아는 얼굴이 뵌다.
눈 인사만 하고 얼른 지나치려는데
"안녕 하십니까?" 한다.
인사가 짓궂다고 느껴지는건 처음이다.
딸려 있는 찻집을 세내어 음식 대접을 하는데
깨끗하게 준비된 양식 요리에다 떡이랑, 돼지 머리고기랑....
모처럼 칼질하는 식사를 하면서 주위를 한바퀴 돌아보니,
먼저 올라오던 여자 네명이 창가테이블에서 재미있다.
배가 차고나니 배짱도 차는건지,
향 좋은 커피까지 얻어 마시고 포만감에 모두차서
다시 한번 둘러 보자며 일어 서려는데
초대하신분이 설명을 해줄테니 같이 둘러 보자고 하신다.
"예? 아~! 네 네.
"예술입니다, 이건. 예술을 외설로 보면 안되지요."
머뭇거리며 들켜버린 속내가 가뜩이나 겸연 쩍은데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에 결국은 입을 막고 터져버린 웃음.
"만지진 마세요, 커져요."
"고모들이랑 전시회 구경 잘 하고 오셨어요?"
저녁에 아들이 물었다.
"응, 근데 그 전시회가 말야, 남근 조각 전시회더라."
"어? 그래요? 가끔 카페 같은데서 몇개씩 소품은 보고 재미 있다 생각 했는데 전시회라니 가 보고 싶네요."
놀러 왔던 아들 친구,
"어머니, 그거 예술로 보시는거예요.!"
"누가 뭐?m? 나도 예술로 보고 왔다,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