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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헤엄쳐 건너기 2편


BY azoomma123 2001-07-16

2001년 7월 12일 한강 도강을 마치고.....

화요일부터 장마가 다시 시작된다는

일기 예보에 조금 긴장을 하며

목요일을 기다렸다.

드디어 한강을 건너는 7월 12일.

8시 40분까지 덕수 초등학교에 도착해야 하므로

아이들도 일찍 재우고 나 또한 일찍 자두려고 했으나

밀려오는 걱정에 잠을 설친 후 하루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을 깨우고 안에 수영복을 미리 입히고 옷을 챙겨 입힌후

간단하게 아침을 먹이고 덕수 초등학교로 향했다.

하늘이 곧 비를 뚝뚝 뿌릴 것 같은 날씨여서

보온병에 뜨거운 꿀물을 넣는 정성을 잊지 않았으며

아이들이 추워할까 두려워 얼음 같은 건

절대 준비를 하지 않았다.

카메라에 비디오 카메라까지

긴팔 옷에 우산 등등 짐을 챙기고 보니 여행가방으로 한짐이

되어 어깨가 무거웠다.

덕수 초등학교에 도착하니

함께 동행하기로 한 여섯째 동생과 조카 재환이가

도착해 있었고 함께 강을 건널 세째 동생네 아이들

성보 성걸이도 곧 도착했다.

세째 동생은 못가는 것으로 알았으나

방송을 미리 녹음하게 되어

함께 떠난다니 마음이 든든했다.

예원이와 성혁이는 동부 교육청 소속이라 1호차에 탑승했고

성보 성걸이네 학교는 9호차였다.

아이들을 태운 차는 앞에 미리 떠나고

드디어 엄마들이 탄 차가 떠나기 시작.

그때 잠깐 동생이 원래 탔어야 할 9호차에 확인차 갔는데

우리가 탄 1호 차가 출발하는 바람에

차를 못가게 붙잡느라 잠시 실랑이.

기사 아저씨가 앞차와 떨어지면 안된다고 펄쩍 뛰었는데

그 이유는 잠시 뒤에 저절로 알게 되었다.

다행히 금새 뛰어온 동생을 태우고 떠난 우리 학부형 1호차.

가다보니 이상하게 한번도 차가 신호에 걸리지를

않는것이 아닌가.

민첩한 여섯째 동생이 알아낸 사실.

밖을 내다보니 경찰차가 우리 앞에 있었고

우리 나라를 움직이는 3대 세력중 하나라는 해병대들이

이쪽 저쪽 온 도로의 교통을 죄다 통제하며 우리의 행렬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50여대 버스가 기차처럼 줄줄이 떨어지지 않고

신호에도 걸리지 않고 그렇게 잘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반포대교에서 좌회전 신호시에는

좌회전 차선에 차가 너무 많자 그 좌회전 차선의 차들을 모두

세워두고 한강 건너기 버스들을 2차선으로 유도해서 좌회전을

시키는 것이였다.

1차선에 서있던 눈치빠른 택시 자가용 기사들은

버스 사이 사이에

정신 없이 끼여들어 함께 좌회전을 하였고.....

빨간 마후라의 해병대 아저씨가

너무 멋있어 보이는 순간이였다.

ㅋㅋㅋ

드디어 출발지점인 경기도 가평군 외서면 삼회2리 북한강의

호반나루터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차에 탔던 조별로 모여서 주먹밥을 먹었다.

이날 점심 식사는 주먹밥 외에는 절대 싸오지 못하도록

덕수 초등학교에서 못을 박았었다.

6.25 를 잊지 말며 통일을 기원하자는 행사이므로

아이들에게 검소하게 먹이려는 의도에서

주먹밥만 허용이 되었다.

(이 주먹밥은 협박 반으로 동생에게 몽땅 싸오라고 했다. --;;;

해숙아 잘 먹었다...)

그런데 이것이 왠일인가....

아침에 그렇게 찌푸둥둥하던 날씨가

사막의 한 가운데 마냥 뜨겁게 타오르는 것이 아닌가.

땀을 줄줄 흘리며 목이 타서 쩔쩔매는 아이에게

시원하지도 않은 포카리 스웨터를 먹이려니

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준비성 없음이.... 그런데 정말 억울하군.

출정식을 한다면 아이들을 모두 모아두니

거대한 집단이 되었다.

의례적인 식이 진행되고 아이들은 더위에,,, 태양열에 온 몸을

비틀며 얼굴이 구겨져서는 정말 불쌍한 모습이였다.

속에 수영복까지 입고 있었으니 얼마나 더 더웠을까....모두들.

아마 한강 물에 뛰어들고픈 마음들이 굴뚝 같았을 것이다.

식이 진행되는 동안 어른들은 강 반대편 건너인

경기도 남양주시 구암동 북한강 구암나루터에 건너갔는데

원래는 타고 왔던 버스를 타고 건너면 되었으나

버스가 떠나는 시간을 기다리기가 싫어서

그쪽으로 출발하는

코란도 승용차를 빌려 타고 갔다.

코 앞에 보이는 곳을 가는데도

강을 건너려니 얼마나 멀리 돌던지

혹시 이 행사에 참석한 차가 아닌것은 아닌가해서 한번

물어보기까지 했다.

"저...한강 건너기 행사에 오신 분 맞으세요?"

정말 조오기 강 건너 간다고는 믿기 어려울만큼

차를 한참 탄 후에

내려서 강에 가보니 벌써 수영이 시작되었다.

먼저 교육청 소속 어른들과 일반 참가 신청을 한 어른들이

수영을 하여 건너오고 있었고

덕수 초등학교 수영 선수 아이들이 오고 있었다.

너무너무 시원해 보였다.

당장 나도 뛰어들고 싶은 그 심정.

다음으로는 덕수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아이들이 부대 막대에

나란히 매달려서 발을 차며 건너오고 있었다.

신문의 사진을 대부분 장식한 것이 바로 이 아이들의 모습.

드디어

1호차에 탔던 우리집 아이들의 도강이 시작되었다.

강 가운데 내 아이가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벅차 올랐으나

답답하게도 누가 누군지 찾을 길이 막막했다.

혹시나 이 아인가 저 아인가 두리번 거리며 찾았지만

수영모에 수경을 쓴

상태라 모두 비슷비슷해 보였다.

저 아이인가 싶어서 한참 비디오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는데

어느정도 가까이 온 뒤에 보니 다른 아이.

그때 해숙이가 저기 아니냐면 가리키는데 정말 성혁이였다.

얼른 카메라를 들이대는데 이것이 웬 일!!!!

카메라가 지지직 거리며 돌아가지를 않는것이다.

세상에...

여태 찍으려고 기다렸는데.

그리고 혹시 밧데리가 일찍 닳을까봐

새것으로 사가지고 갔었는데...--;;;

아마 우리집 캠코더에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보니 밧데리는 많이 남아 있었다.

성혁이 옆에는 예원이가 오고 있었다.

도착해서 올라오는 아이들에게 수건을 들고 달려갔다.

정신이 없어하는 아이들을 안아주면서

칭찬을 해주었다

"잘했다..........................."

예원이는 너무 뜨거운 햇빛에 까만 얼굴이 더 새카맣게 타서

익어 있었는데 수영모 쓴 자국이 너무 선명하게 남도록 타서

내 모자를 얼른 벗어서 씌워 주었다.

성혁이는 너무 지쳤는지 물만 찾았다.

그 뒤부터는 아주 정신없는 상황.

한강을 건너자마자 모여서 차로 아이들을 데려간 인솔 선생님은

올때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따로 데려가겠다고 한다.

올때 들었던 이야기로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같은 차로 떠나도록 하겠다고 했었는데.....

같은 학교 선생님끼리도 서로 말이 맞지를 않아서

엄마들만 어리둥절한채 아이들을 버스에 태웠다.

몇몇 엄마들은 일관성 없는 일 처리에 약간의

항의도 해보면서......

함께 갔던 조카들이 강을 건너는 모습을 못 보아서

너무 안타깝고

정신없이 치뤄지는 행사가 야속하기만 했다.

드디어 조카들도 차에 도착해서 떠나고

이제 우리들이 떠날 차례.

올때는 학부형 1호자를 탔으나 출발할때는 가까이 서있는

학부형 9호차를 타기로 했다.

그리곤 서울로 서울로........

그런데

올림픽 대로에 들어서서 학부형 9호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아이들은 덕수초등학교에서

엄마들은 올림픽 대로에서 때아닌 이산 가족이

되기도 했지만

조카 둘과 우리 아이 둘이 함께 택시를 타고

엄마 있는 곳까지 와서 합류를 했으니

아이들도 다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를 만나서 저녁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오랜 대 장정을 마친 기분으로 쉬고 있는데

저쪽에서 이런 대화가 들려 왔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한번 더 칭찬을 받고 싶었는지

" 아빠, 오늘 우리 훌륭했나요?" 하고 묻자

그 아빠 말씀 .....

" 그래. 너희들이 오늘 훌륭하게 잘 했구말구.

하지만 더 훌륭하신 분은 너희들을 그렇게 가르쳐서

거기까지 데리고 갔다 오신 너의 엄마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