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별일이지요.
누가 그러대요.
고부 지간이 전생에 죄탓이라고.
정말 그런가 봐요.
요즘 시어머님이 병석에 계시거든요.
2주 가까이 병원에 입원을 하고 계신데 건강이 좋은날이나 즐거운날엔 언제나 딸들이나 여형제들하고 즐기다가 몸이 편찮으셔서 눕게되는 날에는 영락없이 제 차지가 되거든요.
이번이 처음이 아니거든요.
저는 결혼 19년차 주부에요.
신혼초부터 시어머님이 자주 편찮으셔서 아이가 어릴때는 시댁에가서 1주내지 2주 상주하면서 병간호 하기가 보통이었어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학교에 다니고 나서는 병이나면 아예 이곳으로 모셔오는 일이 대다수에요.
보통 시집이라는게 다 그렇듯이 좋을때는 하하호호하다가 며느리가 아주 조금만이라도 빈틈이보이면 하늘을 찌를듯이 분노하던걸요.
남편요. 잼 없어요.
애정이 전혀 없다고는 할수없지만 대개 남자들 그렇잖아요.
아내에게 어떤 애로가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않고 ....
이번에도 딸들 김장을 해주시다가 몸탈이 나셨어요.
허리를 꼽짝 못하셔서 모셔왔거든요.
이럴때는 며느리 입장에서는 분노하기 마련인데 그냥 살아요.
전생에 죄탓이려니 하거든요.
때때로 서운한일도 많았는데 같은 병실에서 한 공기밥 떠 먹으면서 정드나봐요.
생각은 있으셔서 그런지 며느리 미안해서 집으로 가야겠다고 하시는데 괜스레 눈물이 나던걸요.
저는 절대 효부 아님을 강조합니다.
전생부터 내가 지은 죄가 참 많은가 보구나 하고 생각하며 혼자 씁씁해요.
근데 있잖아요.
떨어져있으면 예전부터 맺힌 감정이 막 솟아오르는데 같이 있으면 전혀 미운생각이 안드는건 무슨이유에요.
참 별꼴이에요.
밥수저 떠 놓으면 생선 가시발라 똑똑 떼어 수저에 올려놓는 며느리는 무슨 심정인지 모르겠어요.
나도 모르게 자꾸 그렇게 되는걸요.
저는 절대 효부 아님을 강조합니다.
그러니 전생에 죄탓이 아니고 무엇이겠어요.
풀잎처럼 삭아지는 노인이 가엽다는거 말고는 별로 생각이 안드는걸요.
나는 이중인격자인가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