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콘크리트 위로 검은 점들이 찍힌다.
확연히 눈에 뜨이는 점들.....
다시금 점점 엷어지다 또 다시 찍힘이 번복된다...
아침부터 낮게 낮게 처지기만 했던 하늘에서 떨어지던 빗방울이 장난을 치고 있는 토요일...
그 놀음에 그녀의 눈길은 하염없는 비를 원하듯....
쇼윈도우 앞에서 눈을 들어 하늘을 쳐다 보니 잔뜩 울상이다...
앞가게 수제화점 주인인 아가씨의 헤어스타일이 이상해서 유심히 살펴 본다...
가발을 썼나?
짧았던 머리가 어째 저리 길어졌지? 하며 보고 있는데
그 아가씨 우리 가게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온다...
"언니....나 머리 붙였는데....어때요?" 하며 묻는다...
"아....붙인거였구나....난 웬 가발인가 했어..."
"나이들어 보인다기에 돈 무지 들여서 붙였어요..."
"ㅎㅎㅎ그래 조금 더 어려 보이네..."
무척 활달하고 남성적이어서 내가 무척 부러워 하는 성격의 소유자...
장사수완이 매우 좋아 늘 손님들로 북적거린다...이 불경기에도...
"언니 요즘 어때요....이 골목에 갑자기 옷가게들이 많이 생겨서
타격이 없나? 어떤 곳은 문열고 마수도 못하고 가는 집들이 꽤 있다는데....."하며 걱정을 한다.
요며칠 자기네도 손님이 없어 매일 빈둥빈둥 놀다 들어간다면서
잠시 수다를 떨다가 가게로 돌아가는 왈가닥 신발가게 아가씨....
어제..그제...이틀동안 그런대로 손님이 밀려오더니 오늘은 또 뜸하다.
허긴...매일매일 잘되면 떼부자 되게......
오늘 아침에는 영 기분좋지 않게 시작이 되는 듯 했다...
별로 신경쓸 것도 아니지만 기분좋게 청소를 하고 있는데
사무용 가방을 든 두 남정네가 인사를 깍듯하게 하며 들어온다....
안봐도 훤하다.....
"이웃에서 왔습니다....좋은 말씀 드리려구요...."하는데 기분이 팍 상하는 그녀...
아침부터 저런사람들 오면 재수없다는
우리네들이 터부시하고 있는 대상들이다....
"아저씨....다니는것도 좋지만...이왕이면 오후부터 다니세요....
종교도 다른 사람들도 많은데 아침부터 다니면 누가 좋아하겠어요...."하며
인상쓴 얼굴로 다시금 청소에 열중하는 그녀....
그들은 데스크 위에 종이 한 장을 두고 살며시 나간다...
그래서일까...
괜히 아침일을 생각해서 인지....
하루종일 들어오는 손님 없는 것을 그것에다 연관시키고 만다.
어느덧 어둠이 깔린다.
상점을 알리는.....그리고 거리를 밝게 할....등촉수를 올리는 그녀...
간판불에 훤해지는 가게 앞이다....
숙녀복집 주인은 누군가와 수다를 떨고...
수제화집 아가씨는 해군중사 애인과 열심히 전화로 데이트를 하고 있고....
배부른 아동복집 주인은 쇼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그녀의 눈에 비친 모습들....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들이다..
바닥에 점을 찍으며 오락가락 하던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다...
반가운 손님...
손님이 들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