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다.
'벌써 1년'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할머니가 안계신 세상은 바쁜
나의 삶속에서 후딱 지나가 버렸다.
그러나....할머니의 죽음앞에 죄송한 마음...한이 맺히도록 남아
이렇게 가슴 한구석이 저리다......
울아빠는 장남인지라 내가 어렸을적 부터 할머니를 모시고 사셨다.
할머니의 좀 유별난 성격에 시집살이도 많이 했다던 울엄마...
내 기억엔 가물가물하지만..내가 7살때쯤 할머니는 작은집(둘째아들)에 가셔서 그곳에서 집안일을 하셨다.
왜냐면 작은엄마가 안계셨기 때문이다.
나는 학교방학을 하게될때면 늘 작은집에가 지내곤했다. 놀러가면 참 즐거웠다. 또 대학시절 술마시고 놀다 집이 멀어 차가 끊기면 서울에 사는 작은집엘 가곤 했다. 할머니가 계신 작은집은 또하나의 나의 집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작은아빠는 재혼을 하셨고 할머닌 다시 울집으로 오셨다.
그때 연세가 아마도 80세가 좀 넘으셨을 것이다....
내동생이 군대를 가고 남은 빈방으로 할머니는 오셨다.
이젠 힘도 없고, 기력도 많이 약해지셔서 옛날의 그 성깔있는 시어머니는 아니셨지만. 그래도 가끔씩 울엄마는 힘들어 하셨다.
고부간의 갈등...자세한 얘기는 쓰지 않겠다.
왜냐면 내가 할머니나, 엄마의 그 입장을 겪어보지 않는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가 뭐하기 때문이다. 또 나 엮시 잘한것도 없고....
내가 한거라곤 사람을 그리워하시는 할머니의 넋두리를 들어주는것 밖엔...해드린게 없으니깐.........
엄마는 일을 다니셨고, 집엔 언제나 할머니 혼자셨고 그런 할머니는 늘 노인정에 가사셨다.
내동생이 제대하고 내가 산후조리하기 위해 집을 왔을때 좁은 집인지라 할머닌 며칠간 둘째작은아빠(셋째아들)집으로 가계셨다.
그러나 일주일도 못가 '빨리 어머니 모시고 가라고, 못지내겠다고...
형님딸 산후조리는 병원에서 1주일. 집에서 1주일했으면 됐잖냐고'
둘째작은엄마가 울엄마한테 전화를 했던 것이다.
할머닌 3남1녀를 두셨다. 그러나 울아빠는 장남인지라 모셔야했고, 나머지 아들들집에선 오시는것조차 싫어했다, 더 웃긴건 딸마져 성격이 안맞는다며 싫어하셨다,
울아빠는 사정이 생겨 작년에 외국으로 나가셔야 했다. 이민은 아니지만 몇년이 될지도 모르는......
다큰 자식보다 할머니문제가 제일 시급했다.
결국 할머닌 양로원이라는 곳으로 가셨다.
모시고 살겠다는 자식없고 큰아들내외 가는 길에 걸림이 되고싶지 않다며 할머니 스스로 보내달라셨다.
양로원에서 2주일쯤 지났을까....할머니는 혼자서 쓸쓸히 외롭게 숨을 거두셨다. 할머니의 입관식때 난 '죄송해요'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모두를 대신해서 말이다.
처음엔 엄마가 젤 미웠다. 두작은엄마들이야 그런 사람들이라고 한다해도....엄마가 미웠다.
그러나 이모들이 엄마가 젤 맘이 아플꺼라며 위로해주라 했다.
엄마는 정말 제일 많이 슬퍼하고 우셨다. 그 통곡속엔 몇달만 더 늦게 외국을 갈껄 하는 후회의 맘도 있으리라......
이제껏 잘모셨던 못모셨던 모시고 살았는데 임종을 곁에서 못지킨게 제일 가슴이 아프셨을테다. 또 미운정고운정 들어서일꺼다.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사이 아닌가----------
작은엄마들은 어쩜 눈물도 안흘리는지...
작은집사촌들은 모두 이 사실을 모른다. 나와 내동생만 아는일...
새엄마 안계셨을때 집안일이며 이제껏 자기들 키워준게 누군데 새엄마의 기세에 눌려 할머니 쳐다도 안보고...
이렇게 할머니의 죽음앞에 우린 누구도 할말없는 죄인들이다.
양로원에 가기전에 우리신랑이 울집으로 모셔오자는 제의에 모셔올려했다. 그러나 작은아빠가 어떻게 손녀집에 가냐고..남보기에도 그렇게 울애들이 뭐라한다며 반대하셨다.
장례식에서 마주친 그런 작은아빠는..술을 드시곤 괴로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내게 미얀하다고 말했다. 속으로 많이도 미워했었는데...그런 작은아빠를 뵈니 조금이나마 이해가 갔다.
옛말에 집안에 며느리를 잘얻어야 한다던 말이 딱 맞는 샘이다.
시어머니들도 며느리에게 잘해야 할것이다. 노후엔 며느리밖엔 없잖은가.....
내가 이렇게 부끄러운 우리집안 얘기를 하는건...할머니에 대한 나의 그리움의 표현이자. 죽음앞에서 힘없이 늙어가는 많은 노인들의 소외된 삶을 얘기하고 싶어서다. 현대시대에 늙으면 자식들에게 짐이 된다는건 사실일수도 있지만(?)....그분들로 인해 우리가 이만큼 살았기에 노후에 우리가 돌보는건 당연한 이치아닌가....
요즘 노인문제가 심각하다던데.. 돈이라도 많으면 덜 서럽지...
어린아이들의 교육열과 관심은 많은 반면에 고령화되는 노인문제는 너무 부실하다. 노후를 아름답게 살기위한 복지시설과 또한 가족들의 관심이 필요할때 아닌가...싶다.
할머니 왜 그렇게 살다 가셨어요... 지금이 더 편하실지도 모르지요..
내 그리운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