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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고 싶은 나이의 끝을 붙잡고...


BY 雪里 2002-12-18


"언니! 언니 내년이면 몇살 되세요?"

난(蘭)을 치다말고 젊은 엄마가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응? 나? 으ㅡ 응,,.."

한참을 더듬 더듬 속으로 더하다 빼다를 해보는데
익숙하지 않은 숫자가,
나오려던 대답을 입안으로 밀고 들어가 버린다.

"어째서 지금 몇살이냐고 묻는 것도 아니고
내년이면 몇살이냐고 묻는거야, 가슴아프게!"

싱긋 웃어주며 한마디 했더니 더 이상 묻지도 못한다.

해가 바뀔때마다 하나씩 더해 가는게 나이였건만
금년을 십여일 남겨두고 있는 지금,
다시 해바꿈하며 한살의 나이를 더 할 생각을 하니,
다른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하나 더하기가 가슴에 못처럼 박혀 드는것 같다.

사십대와 오십대의 느낌이 이렇게 다를까?

점심을 먹고 머리를 자르러 미장원엘 들렸더니
젊은 남자 미용사 사장님 반기며

"아유~! 이번엔 한달이 한참 넘은것 같은데요, 사모님." 한다

"추우니까 목좀 따뜻할까해서 늦췄더니 머리가 뻗어서요."

의자에 앉자마자 스프레이를 뿌려대는 남자 미용사와
옆 사람에게 퍼머머리를 말아주고 있는 그의 부인을
유리 속으로 한참 번갈아 봤더니,
의아한 눈빛을 주면서 웃는다.

"젊고, 둘이 참 좋아 보여서요."

그렇다.
겨우 이만큼 이면서도 나는 어느새,
젊은 사람들만 보면 모두다
젊음 그자체로만으로도 곱고 예쁘다.
내게 없던 시절이었던성 싶을만큼.

"내일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한명도 빠지지 말고 투표 하셔서 잘 살아봅시다."

저마다 좋은 소리들만 하고 지나가며,
한동안 희망을 잔뜩 부풀려주며
조금은 들뜨게까지 해주던 저 시끄러운 소리도
오늘이면 마지막 이겠다 싶으니 아쉽게 들린다.
오년뒤에야 또 들을 수 있는 소리.

내일 탄생하는 새 대통령에게
오년의 희망을 담아 본다.

새 느낌으로 다가오는 내 삶의 희망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