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코감기 증세가 있어서 운동도 가지않고 느긋하게 오전을
보냈다.
남편과 작은 아들이 나가자 집안은 더욱 조용하다.
큰아들은 친구들과 서해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나는 모처럼 오전 방송
을 보기도 하고 점심때가 되어 불려 놓은 쌀을 압력 밥솥에 넣어 밥을
해서 청국장을 끓여서 먹었다.
혼자 먹어도 밥맛은 항상 달기만 하다. 청국장 냄새를 없애려고 문을
열어 놓고 은행에 갔다.
매달 불입하는 적금을 내기 위해서다. 월초라서 붐비지 않고 일을
마치고 돌아 오는데 맞은편에서 아주머니가 웃으며 다가왔다.
지난 여름 만나고 얼굴을 마주 대한적이 없는 분이였다.
동네는 같아도 하는일이 서로 달라서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던 분이다
언제나 바쁘게 사시고 오십이 훨씬 넘은 나이지만 아직도 공부를
하시고 계신데 지금은 논문 준비로 바쁘시다고 한다.
가까운 찻집에라도 들어 가자고 하니까 한시에 약속이 있다고 하셔서
길에서 선 채로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했다.
논문의 주제를 부부가 서로 어떤 믿음으로 서로를 대하며 살아야 죽음
까지도 아름답게 맞이 할수 있을것인가 라는 조금은 평범하게 생각
될지도 모르지만 사실상 누구도 죽음을 피할수 없는 그런 문제를 생각
하고 있다고 했다.
부부가 화목해야 자식도 바르게 되고 나아가서 죽음을 맞이하는 마음
의 자세까지도 다르다는 이야기를 잠시 나눴다.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글로만 나누는 대화 보다는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손을 잡고 상대의 체온을 느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 한가를 오늘 다시 한번 깨달았다.
다소 섭섭한 마음이 있었던 사이라도 대화를 나누다 보면 눈 녹듯이
풀리는것이고 ...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기도 하고 헤여지기도 한다.
단 한번의 만남으로 끝난 사람도 있지만 원치 않는 만남이 이어지는
그런 관계도 있다.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지만 만나서 즐거운 사람이 있고 만나서
괴로운 사람도 있다.
유행가 가사처럼 차라리 만나지나 말것을... 하는 슬픈 만남도 있다
거부 할수 없는 운명적인 만남 또한 있을것이다.
옷깃을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부부의 만남 이야말로 얼마나 소중한가.
나 자신도 그 소중함을 잊고 사는때가 많았지만 오늘 그분을 만나고
돌아와서 부부의 길을 다시 한번 생각 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