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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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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그렇게 안 닮았을까 ..


BY 아리 2002-12-11

어제 저녁 퇴근한

남편은 내일 아침부터 갑자기 일찍 출근을 해야 한다면서

갑자기 온 몸에서 긴장을 내어 놓는다 .

새벽 6시 20분까지 출근을 해야 한다는데 ..


일년간 국방대학원에서

반은 휴식 반은 공부를 하는

호사를 누리고

지난 12월 2일 졸업식을 마친 후

이틀간의 휴가를 끝으로

그 일보따리 일구덩이로 다시 뛰어들어야 했다


유난히 일중독에 일복이 많은 남편이

안스러워 보인다

남보다 더 많이 ..

--아니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일종의 강박증이라고 표현해야

더 정확한지도 모르는 ...

깔려 있는 듯한 남자

이름하여 모범생을 지나

모범생이 아니되면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조직에서 제외된다는 강박증을 가진 남자


도데체 이리 추운 날 무엇하러 그리 일찍 일어나서

서둘러 가야하는지

이름하여 중대보고서 점검이라는 구실로

새벽을 가르며

출근을 서두른다

"그만 좀 긴장해 ..당신 나이가 몇인데 .."

"처자식 벌어 먹이는 일인데 ..안 그러고 되나? ..

그나마 그렇게 했으니 여기까지 왔지 .."


그래서 그런지 살이 찌지 않은 체격인데도

혈압이 높다

그런 주제에 왜 그리 술을 좋아하는지

추운 날 술 약속이 있다고 하면

뭔지 모를 긴장이 나를 조인다

그래 이것도 내 가족이라 더 그렇겠지만 ..

.....


어제 점심을 북에서 김일성 대학을 나오고

소위 엘리트 집단에서

죽음을 걸고 지뢰밭을 건너

남한으로 탈출하신 이 @@님을 만나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듣고 온 남편

잠시 그 분의 안부를 전한다

-그 분은

@@기관에서 이사관까지 지내시다가 국가에서 만들어 준

개인 사무실에서 집필하시고 여유있는 노년을 보내시고 있다 --

"그래 당신도 ..정년퇴직하고

더도 말고 이 @@국장님처럼 개인사무실 하나 차려주면 좋을텐데 .."


"글쎄 모르지 열심히 일하고 그 능력이 인정된다면 ..."



내심 그걸 기대하지만

그럴만한 보장은 사실 없다 ...

다만 지금 이 순간에

남에게 뒤질새라

조직에서 정말로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안간 힘을 쓰고 있다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


허나 그런 남편의 아들은 어떠한가

늘 깨는 시간이 일정하건만

'5분만 5분만..'

을 외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걸 볼 수가 없다

제가 잘못하여 늦고도 ..

결국은 아빠나 엄마가 늦게 깨워주어서

그렇다는 변명을 내어 놓기 일수다 .

제 엄마 아빠는 성미가 급하여 팔팔 뛰어도

이 녀석은 급한게 하나도 없다

일분 일초가 다른 시간에도

티브이를 시청하며 양말을 신고

세월아 네월아...하는 태세다


'아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지 ..하면서도

급하게 신발을 신거나 뛰는 법이 별로 없다

내심 뒤에서 뭔가를 의지하는지 아닌지 ..


"어쩜 그렇게 너는 아빠하고 다르니 ...?"

"엄마 , 아빠처럼 긴장하고 사는 게 결코 좋은 건 아니어여 .."

"엄마도 알지 ..딱 반으로 갈라서 뭉쳤다가 다시 해체했으면

좋겠다 .."


그리 느긋하여

어느 누구와도 라이벌이니

경쟁이니 하는 급한 문구를 내어 놓을 사람도 가지지 아니하는

친구와의 관계는 그저 좋은 게 좋은 거고

이기든 지든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거라는 수를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아니 때로는 져줄줄도 아는 여유를 안고 있는

어찌보면 편안하기 그지 없는 성격이다


시험때인데도

공부는 하기 싫은지

"엄마 나 왜 이리 공부가 하기 싫지 .."

"응 공부는 늘 하기 싫은 법이지 .."

"그러다가 회사에 가서 일하기 싫어하면 어떻게 하지 .."

"응 너처럼 공부 하기 싫어하고 게으른 사람은 일하기도

싫어하는 법 일은 내일 내일 하면서 밀릴 지도 몰라 ..

그럼 조직에서 도태되고 쓸모 없는 사람이 되고 .."

"읔.."


....

정도가 심하지야 않지만

남편은 청소년 시절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가장 아닌 가장 노릇을 해야 했고

아들은

호사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일반적인 가정에서 부모의 온기를 누리고 사는 세대라

이렇게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

좋은 부모가 되는 건

아이를 너무 내어 놓지도

들이지도 않은 상태로

울타리를 넓게 치고 바라 볼 줄 아는

그런 여유가 있어야 하는 건데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어놓고 들이는 관점이나

간격이 자기를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애매모호한 구역이라는 것이다


적당한 긴장과

적당한 여유 속에서

완만한 성장을 기대하는

욕심많은 엄마 아내로서의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자꾸 왔다 갔다 한다 ..


오늘도 열심히

맡은 바 잘하고들 삽시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