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요.”
문이 열리면 문 쪽을 향해 나는 반사적으로 인사를 한다.
거의 대부분의 고객이 단골인지라 그들 대부분은 메뉴판을 볼 필요도 없이 주문을 한다.
일을 시작한 지 이틀 밖에 되지 않은 내 눈에도 벌써 낯익은 얼굴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그들에게 익숙한 메뉴가 내겐 낯설기만 하다.
내 귀엔 칩이 치즈로 들리기도 하고, 바베큐와 스테이크가 머리 속에서 뒤죽박죽이 되기도 한다.
치즈 종류 이름을 수없이 들었건만 아메리칸 치즈와 스위스 치즈만 기억될 뿐 다른 이름의 치즈는 첫 글자도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 형편을 알 리 없는 그들은 평소대로 빠르고 작은 소리로 주문을 한다.
주문을 못 알아 듣는 나는 멈칫거릴 수 밖에 없다.
눈치 빠른 주인 여자가 그들의 주문을 한번 더 반복해서 내게 들려준다.
그렇게 두 번을 듣고도 주문 내용이 머리 속에서 증발하듯 사라져 버린다.
별 수 없이 주인 여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어떤 빵으로 하라고 했지요?”
“마요네즈 바르나요?”
“토마토는 빼나요?” 등등…
그렇게 진땀을 흘리며 싼 샌드위치가 주인 아저씨 눈에 못마땅하다.
“이렇게 손가락 자국이 나도록 꾹 누르고 자르면 손님들이 기분 나빠 합니다. 조심하세요.”
“어머, 그렇겠네요. 미안합니다. 앞으로 조심 할께요.”
그렇게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들고 문을 나서는 그들을 향해 나는 부러 쾌활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넨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주문 받을 때 당황하고 조금은 스스로가 안쓰럽기 까지 하던 기분은 털어버리고 내가 선택한 새로운 삶에 당당해지려고 애쓰면서…
서툰 것은 주문 받는 것 뿐이 아니다.
스티로폼으로 된 용기들이 내 서툰 손끝에 걸려 날아갈 듯 위태위태 하기도 하고, 그릇들을 정리한다고 내용물을 엎지르기도 한다.
냉장고에 가서 토마토를 서 너 개 꺼내다 달라는 말에 대여섯 걸음이면 될 냉장고를 향해 뛰듯이 달려간다.
주인 여자는 그런 나를 보고 말한다.
“성미가 급한가 봐요.”
처음 들어 보는 말이다.
날 보고 성미가 급하다고 하는 말은…
그리고 그런 말을 들을 만큼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내 모습을 깨닫고 실소하며 자신을 타이른다.
‘천천히… 침착하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꾸 빨라지고 허둥대는 나를 향해 한 번 더 주의를 준다.
‘서둘지 않아도 돼, 그게 더 잘하는 거야…’
어쩌다 제대로 주문을 받아 샌드위치를 싸서 건네고 나면 스스로에게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그래, 이렇게 하는 거야. 욕심 부리지 마. 조금씩 익숙해지고 언젠가 잘 해 낼 거야.’
흰머리가 희끗거리고 눈이 어두워 가는 내가 선택한 이민 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이다.
‘샌드위치 싸는 아줌마’ 누가 봐도 그다지 부러운 모습일 수 없음을 안다.
그래도 나는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
보장된 안락한 삶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모험을 선택한 것에 대해…
남편 덕분에 누리는 안락한 삶에 나는 만족할 수 없었다.
내 삶은 내가 주인이 되어 꾸려가고 싶다는 욕구를 누르고 평생을 살다 죽음을 맞이하면 후회할 것만 같았다.
내게 주어진 삶을 헛되이 낭비해 버리고 말았다는 생각에…
이제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이제 날갯짓을 배우는 어린 새의 마음으로 살고 싶다.
두려움과 희망에 부풀어…
‘지금은 샌드위치 싸는 아줌마로 걸음마를 시작하지만 언젠가 창공을 훨훨 나를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살아가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훨씬 좋다.
이미 정해진 길, 예전에 살아 온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따분한 길을 따라 살아가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