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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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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BY vianlee 2002-12-02

고개를 돌리면서 자고있는 인형을 볼때면 난 그때의 그 느낌이
살아난다. 대학2년 지금부터 11년 전이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싼 자취방을 구하려니 당연히 추운겨울날은 공기가 따뜻하질 않았다.
연탄불꺼지면 얼른 뛰어가 번개탄을 사와서 온사방을 연기로
가득채워야만 따뜻하게 잘수 있는 그런 방이었다.
공부해보겠다고 집을 떠나 고생이 아니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더 힘든상황의 사람들과 비교하며 강해지려했던 그때가 벌써
까마득한 옛날일이 되어버렸다. 눈이 부슬부슬 내리던날 나에게
찾아올 손님은 없는데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손에 무엇인가를 든 우체부 아저씨 " 이명희씨 계십니까?"
주인집 아줌마 아저씨 나 이렇게 모두 무슨일인가 싶어 밖을
내다보았다. 자그만 상자에 무엇인가가 들어있었다. 다름아닌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던 친구가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넉넉한 집에서 등록금을 제때 내가며 학교를 다니던 친구였다면
그선물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것이다. 혼자 벌어서
등록금을 몇등분내서 납입하던 친구가 보낸 선물이기에 난 코끝이
찡해지며 무언가 표현할수 없는것이 몰려왔다. 자취방 구할돈이
없어서 왕복 4시간 차를 타고 학교를 다니던 친구, 5천원짜리라며
새로산 구두라면서 앞뒤로 보여주고 환한 웃음을 보여주던 친구,
지금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웃음을 전해주는 착한 선생님이 되어
방학이 되면 나를 찾아올것이다. 얼마전 언니의 셋째아이 돌이라며
왔다가 잠깐 우리집엘 들르고 갔다. 감기에 걸려서 콜록 콜록
힘들어 했지만 친구의 그 웃음만은 감기에 걸릴수 없었다. 청소하지
않아도, 설거지를 하지 않아도, 화장을 하지 않고 있어도 이해해줄것 같은 친구, 전화하면 그땐 학교 얘기를 하고 취업얘기를 했는데 요즘은 시댁얘기와 아이들 얘기로 바쁘다. 60이 넘은 노인이 되어선 자식들 얘기와 손주얘기로 바쁘겠지? 친구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