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방문을 오늘에야 실현시킬수가 있었다.
전부터 함께 가고 싶다던 사람이 집안 사정으로 못 간다기에 혼자 가기엔 거리도 좀 멀고해서 동행하기에 부담스럽지 않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혼자라도 따라 가고싶어 한다.
평소에 형제같이 지내는 교우에게
" 얘, 장로님 (그남편) 출근하실때 어느길로 가시니? 나 오늘 여주 좀 갈려고 그러는데"
"여주는 왜? 그래? 내가 전화해 놓을테니 맛있는 이포 막국수 사달라고 해서 먹고와. 시골 새집 지어놓은 곳에 가서 하룻밤 자고 놀다오던지" 농담까지 하며 다짜고짜 가는 길은 고사하고 회의 중이라며 전화를 끊는다.
내 기분과 마음을 아시는 하나님의 도움으로 눈이 내린다.
친구와 함께 눈내리는 드라이브란 ....
"어쩌면 길눈이 어두워 잘 못찾을지 몰라. 헤매어도 괜찮지?"
"물론이지. 아무려면 어때. 6시 까지만 돌아오면 돼"
첫길이 아님에도 말이 씨가 되어 얼마나 헤맸을까, 12시가 다 되어서야 이포대교 비슷한 다리를 지나 여주라고 쓰여진 이정표가 보인다. 아차 장로님 성격상 식사도 안하고 기다리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휴대폰을 눌렀다. 그냥 바로 여주로 가겠노라고...
그런데 그 아내에 그 남편이다. 이쪽 상황 설명할 사이도 없이 거기서 기다리라한다.
혹시나 해서 여기가 이포대교가 맞는지 알아보니 큰일났다. 20분은 족히 더가야한다고 하니,
눈은 펄펄내리고 전화를 다시해서 일행도 있고 사정얘기를 해도 막무가내다.
그때부터 마음이 급해지고 옆에 앉은 친구에겐 유치원을 경영하고 있는 교회친구와 그의 남편에 관한얘기 해주랴 정신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외간 남자에게 어떻게 점심을 얻으먹느냐, 서울가서 다른친구들한테 다른 남자 만나고 왔다고 일런다는둥 반은 협박이다.
인정이 너무많은 친구부부이니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할때 즈음, 앞에 비상등을 깜박이고 있는 검은차가 보이는데 신호등에 걸렸다.
눈이 많이오고 있었기에 손을 흔들었더니 저쪽 차창이 열리고 손을 크게 흔드신다. 더는 못봐 주겠다는 친구의 넉두리를 귀밖으로 흘리며 음식점에 마주 앉았다.
어색해하는 친구에게 장로님은
"여기가 내 고향이고,ㅊ여고 교감으로 있으면서 틈나는 대로 농사를 짓는데 여간 재미가 아닙니다, 마누라가 시골을 싫어하니 ...."
"우리집 애들 아빠는 거제도까지 농사지으러 다니는걸요뭐"
"거제도라, 거긴 좁아서 아실런지 모르겠어요,K라고"
"어머, 우리 애들 아빠..."
그때 부터 이산가족 확인절차에 들어갔다. 친구 누구는 어디에 있으며...앞자리에 마주한 친구는 연신 맞아요를 반복한다.
정말 세상은 넓고도 좁다. 그때서야 서로 안면이 있다느니 진작 이름을 말했으면 알아보았을 것이라느니한다.
K씨와는 대학동창이기도 하지만 30년 넘게 만나오는 9명의 단짝친구란다. 부부모임에서 몇번은 뵈었다면서도 유난히 외간남자(?) 타령하는 친구라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다.
식사후 평상시에는 비어있는 집까지 보여주며 마음복잡할때 여기와서 쉬다가라며 열쇠 숨겨놓은 곳까지 가르쳐준다.
목적지인 '은혜의 집'까지 바래다 주시고 장로님은 학교로 가셨다.
원래의 목적인 봉사는 물건너가고, 가지고 간 물건만 대충전해주고 돌아오는 처지가 되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혹시 옛친구의 가정사에 대해 지나친 말은 하지 않았을까?
옛날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정이 좋지 않게 헤어진 사람은 없는지...
추억의 터널을 들어가보니 희미한 불빛에 보이는 부분도 있지만 안보이는 부분이 더 많은 듯하다.
아무튼 세상 참 잘 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