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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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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를 홀라당 태워버린 불..


BY 아침이슬 2002-12-02

바람도 그다지 불지 않고 그에 햇빛이 따뜻하니 머지 않아 봄이 올것 같은 기운이 어린아이들의 소매깃을 파고 드는 날이었다.,.

다른 집에서는 어른들이 으례 하는 논두렁 태우는 일을 그해 겨울 눈오는 날에 아버지를 다시올수 없는 곳으로 보내고 만 우리에겐 그 일이 우리 몫으로 떨어졌다...

우리 집에서 제일 대장인 언니가 동생 넷의 시커먼 고무신을 단단히 신게하고 옷이며 목도리,장갑을 다 끼고 두르고 동네 아이들을 응원군으로 삼아 골목을 나섰다..

막내가 앞장서고 그에 친구들이 쭉 따르고 우린 그뒤를 쫓아 논에 다다랐다..벼는 듬성듬성 짤려 밑둥만 불쑥 불쑥 솟아있고 잔디는 노랗게 말라 있어 황량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 겨울이었다...

낙엽이 된 솔잎들이 개울위를 소복히 덮고있고 간간히 덜녹은 얼음 사이로 송사리가 노닐고 가만히 돌을 들어 보니 가재가 뒷걸음질을 치고 도망가느라 무지 바빠보였다...

아직 어린애 티를 벗지 못한 막내동생이 가재를 홱나꿔챘는데..
아뿔사! 집게에 검지 손가락이 찝혀 비명을 질러 대고 있었다..
다섯살 어린아이 손가락이 움푹파여 상처가 나고 말았다...
돌다리를 건너 논두렁에 올라 서서 어디부터 태워야 할지를 결정하고.....

직사각형으로 생긴 논 세면은 다른 논과 접해 있어 산불이 날염려가 없었는데 한쪽면이 꼬랑지 부터 시작해서 길게 마른 잔디가 연결되어 산소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지게를 지고 땔나무를 하러 산으로 오르시던 엄마가 이쪽은 태우지 말고 저쪽세면만 태워라...하고 신신당부를 하고 올라 가셨다..
엄마가 산에 올라가시자 불을 지핀 울언니..
너네들은 저기 가서 소나무 가지좀 꺾어 물에 적셔서 불앞에 대기해라
동네 아이들과 우린 솔가지를 꺾어 도랑물에 한껏 물을 적셔 불이 번지는 길목에 서서 여차 다른데로 번지면 내리칠 심산으로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꼭 골목대장을 보좌하는 똘만이 모양으로...
그러자....갑자기 태우지 말라는 논두렁에 불을 확 지핀 울언니...
그다지 어른도 아닌 중학생이었는데 간이 참 크기도 했나부다..

불이 확 인다고 생각한 순간 다섯살 우리 막내 바지가랭이에 불이 붙어 버렸다...
너무 급한 나머지 뒤로 확밀쳤는데 그 부분에서 불이 붙어 순식간에 바람을 타고 산소를 홀라당 태워 버렸다...
성난 모습으로 산소를 삼켜 버린 불...그불을 끄려고 우린 솔가지를 내리치고 내리치고 또 내려쳤지만 불은 바람따라 무섭게 번져 갔다...

엄......마...아..엄....마...아......울고 불고 오직 엄마를 목놓아 부르며 불구덩이 속에서 허우적 거렸는데 산꼭대기에서 이광경을 목격하신 울엄마....
벌건 불속에 오남매가 소복이 들어있었으니 심장이 뒤집어질 수 밖에..,,
어찌어찌 흙을 뒤집어 씌운뒤 불을 다 끄신 울엄마...주인도 모르는.산소에 술한잔을 부어 잘못을 빌고 또빌고...
그때 놀란 가슴이 평생 고질인 심장병으로 고생을 많이도 하셨다..
불! 정말이지 간담이 서늘한 기억으로 항상 내 가슴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