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여성 손님에게만 수건 이용요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48

남편의 손님


BY 칵테일 2000-11-30


어제는 밤늦게 남편이 손님과 같이 집에 왔다.

예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인데, 대구에서 서울로
출장 차 온것을 우리집에서 재우려고 온 것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훨씬 더 들어보이는 분이 나에게
"형수님"이라고 부르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무척이나
어색하고 멋적었다.

남편보다도 큰 덩치인데다가 대구사투리를 쓰는 분이라,
말을 할때 잘 들어야했다.

나는 사투리를 잘 못 알아듣는 편이기 때문에,
혹시나 내가 실수할까 꽤 긴장하기도.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병맥주를 몇 병 사들고
들어왔길래 부랴부랴 몇가지 안주를 준비해 내갔다.

스낵안주(말린 바나나...같은 거 3종류), 마른 오징어
구워서 마요네즈와 함께 한 접시, 배와 귤 한 접시.
그리고 번데기를 고추가루와 대파랑 넣어서 마늘넣고
끓인 안주 한가지 더.

남편 기다리느라 잠옷차림으로 있다가, 졸지에 옷까지
다시 챙겨입고 나서 그런지 내 혼자 생각으로는 꽤
분주했던 것 같다.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나는 그 분이
잘 방에 이불과 베개를 준비해드렸다.

우리집은 방이 세개인데, 말이 세개지 솔직히 방 하나
는 거의 안쓴다고 봐야 한다.

안방은 우리 부부가 쓰고, 두번째 큰방은 아들이 쓴다.

그리고 그 남는 방 하나에 10자 반짜리 장롱을 두면에
걸쳐 두었더니 빈 공간이 별로 없다.

게다가 안쓰는 화장대와 문갑까지 두었으니 너무 좁아서,
이불하나 펴고 나니까 공간이 거의 안 남을 정도.

우리 부부가 쓰는 안방에 13자 조금 넘는 완전붙박이
장롱이 또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쓰던
큰 장롱을 그 방으로 뺀 것이었다.

또 우리방 붙박이장롱에는 화장대까지 같이 딸려있기
때문에, 예전에 쓰던 화장대와 문갑까지 그 방으로
몽땅 옮겨놓았다.

그러다보니 우리집에 누가 손님이 와서 자고갈라치면,
주인 입장에서는 정말 미안할 따름이다.

아무리 남의 집이라고는 해도 잠자리가 조금 넓지막
하고 편해야 하는 건데, 겨우 이불하나 펼 공간이
나오니 말이다.

더군다나 어제 오신 분은 키와 덩치가 모두 큰 분이라,
정말 송구할 따름일 정도.

그래도 아침에 남편과 겸상하여 식사까지 마치고
나가시는 걸 보고서야 겨우 안도의 한숨.

아침식사때도 한가지 내가 실수를 했다.
옥돔을 2마리 구워 각자 앞에 놓아두었는데, 그만 내가
깜박해서 소금을 뿌리지 않고 구운 것이다.

남편이 먹으면서 너무 싱겁다고 했을 때도, 나는 내가
소금간을 해놓은 옥돔인 줄 알고 물에 한번 헹궈서
싱거워졌나싶었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그들이 가고
난 뒤 냉동실에 다른 옥돔을 찾아보니.....

아뿔사. 이런 실수가.
아예 소금간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냉동한 거였다.

아니나다를까. 그 옥돔을 넣어둔 봉투에는 얌전하게
나의 글씨로 "구울 때 반드시 소금 간해서 구을것!"
이라고 써있었다.

에구.... 정말 내가 왜 이렇게 정신이 없는지.
다른 때는 꼭 생선 봉투를 확인하고 굽는데,
오늘 아침은 괜히 마음만 바빠서 허둥대느라 그런
실수를 한 것 같다.

우리집은 생선과 고기를 좋아해서 냉장고 2대에 냉동실
마다 각종 생선이 빼곡히 들어차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는 분류를 한다고 소금 간한 것과,
안한 것을 나눠서 메모를 해두곤 한다.

그렇지만 정작 뭘 할때 오늘같은 실수를 하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손님도 있는데 어지간하면
그냥 먹지 왜 싱겁다는 타박을 하고 그럴까하고
남편에게 조금 서운했었다.

그런데 그게 싱거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간이 안되어
있는 것이었을 줄이야.

그 손님도 싱겁기는 마찬가지였을 텐데, 남의 집이라
싱겁다는 말도 못했다가, 아마 나중에 내가 소금을 조금
뿌려드린 후에야 제대로 맛있게 드실 수 있었으리라.

어쨋든 손님치레는 정말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쉬운 일은 아닌 성 싶다.

정말 그렇다.
살림하면서 주부로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다면,
식구들과 함께 하는 것보다 한명이라도 손님을 치루고
있을 때인 듯.

그렇지만 그래도 가끔씩 집에 손님이 들러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도 집에 손님이 찾아오는 것을 나는 좋아했다.

친척이 되었건, 누가 되었건 손님이 오면 웬지 집에
활기가 더 도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좋았기때문에.

얼떨결에 남편 손님을 맞았었지만, 그래도 좀 더
침착하게 잘했으면 더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조금 남는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