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크리스마스!
오늘따라 날씨가 포근하니 white christmas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달콤한 성탄주억에 잠겨봅니다. 초등 2학년 삼촌에게 이끌려 교회라는 곳에 처음 갔지요. 너무도 재미나는 신기한 동네, 조금은 겁나지만 아주 놀라운게 많았습니다.
빡빡 곰보인 숙이가 나보다 나이가 4살이나 많았는데 항상 나를 친절하게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이상한 집에 나를 데리고 들어갔습니 다. 그 날 따라 숙이는 상당히 흥분해 있었다고 기억됩니다. 내 손을 잡아끌고 힘차게 달렸으니까요.
흙담장이 넘어갈듯한 후지근한 방에 매캐한 곡식내음이 나고 머리를 거의 숙여야 들어가는 방이었습니다. 창호지 문을 실끈을 잡아다려 닫고 들어서니 빈틈없이 가득한 아이들
선생님이 "너 한번 뛰어 봐! 이렇게!" 하면서 동작을 해 보여주었습니다 나중에 중학교 무용시간에 기본 스켑을 배울 때에야 그것이 hopping step 이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에구! 넌 틀렸다." 무엇이 잘 못된 것인지도 모른 채 낙방을 맞은 나는 무안할 사이도 없었습니다. 숙이가 너무나 미안해 하면서 낚아채드시 다른 집으로 나를 끌고 갔습니다.
아까보다 훨씬 겁이 났습니다. "에구, 넌 틀렸다!" 그 소리를 들으면 어쩌나! ...이번엔 남자 아이들도 있어서 더 겁이 나는데 글짜가 가득 쓰인 종이 쪽지를 주면서 읽어보라는 것입니다.
"오빠! 너무 추워! 어디로 갈까?" 이런 대사였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연극에 주인공으로 뽑힌 것입니다. 그 역활은 거지남매 중의 한 아이의 연기입니다. 자다가도 잠꼬대를 할 정도로 열심히 대사를 외웠고, 연기 하던 날 나는 울면서 연기를 해냈으니...교회에선 요샛말로 떴습니다.
그리고는 훨씬 자라서는 오빠들 틈에 끼어 새벽송을 돈다고 밤새 시골 길을 걸어 몰려가서는 노래 한 곡을 부르면 맛있는 것들을 자루속에 넣 어 주었습니다. 너무나 추워서 발을 동동 굴르며 따라 다니던 밤! 노래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불렀지만, 온통 시끄러운 밤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죠.
눈 덮힌 시골길을 걷다가 퐁당, 도랑에 빠져 퉁퉁 얼어붙어 엉망인 발을 질질 끌고 어떤 집에 들어갔습니다. 팥죽을 주는 바람에 달게 먹고 뜨거운 방바닥에 골아떨어졌습니다. 그런데...놀라서 깨어보니 아무도 없습니다. 깊이 잠든 나를 모두 그 집에 부탁해 놓고 가버린 것입니다. 그 절망감은 지금도 두려움을 살려냅니다.
너무도 야속하고 괘씸한 밤이었습니다. 혼자서 터덜터덜 어른들을 따라 낯선 길을 걸어 교회에 돌아왔지요. 메리 크리스마스는 커녕 며칠이 지나도록 삐져서 친구들이랑 오빠들과 말도 안하고...
오빠들이 아무리 달래도 들은 척도 안했습니다.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옵니다. 예수탄생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이 즐겁기만 했던 날들이 지나고 또 지나고, 그러다 예수쟁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무튼 지금도 크리스마스의 추억은 너무도 소중한 즐거움이요 행복입니다. 그 날로 돌아갈 수야 없지만, 그 설레임, 그 기다림, 그 충만함, 지금은 너무나 굳어져 벼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도 마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