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열다섯엔...
서른은 "죽음"과 다르지 않았다.
그 나이 때 난... 서른이 넘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조숙했던 관계로, 이미 열다섯에 "난 세상을 다 알아.."라고 생각했기에, 서른까지 사는 것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여정에 불과했다..
그리고...
나이 스물엔...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다.
스무살.. 가만히 부르기만해도 풋풋함이 느껴지는,
"스무살"이란 나이만으로도 충분히 찬란하고 아름다운 나이..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만으로도 이쁘고,
세상에 두려울 게 하나도 없는 나이...
그러나 스무살 그때의 나는.. 참 어두웠다.
고등학교 때까지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다가,
갑자기 자율적인 세상에 툭 던져진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뭐가 그렇게 상처가 되고 - 뭐가 그렇게 진지했는지..
세상 고민은 혼자 다 진 것처럼 고민되고.. 방황하고.. 그랬다.
지금 스무살로 돌아가라면...
그냥 고민 따위는 없이, 스무살 나이답게 밝게 웃고, 인생을 즐기며 살텐데..
그래서..스무살의 난, 빨리 서른이 되고 싶었다.
서른만 되면...이 지긋지긋한 혼란에서 벗어날 것 같았다.
서른만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너그러워지고,
그만큼 내 마음도 깊고 넓은 사람이 될 것 같았다.
무엇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 지,
서른이면 더이상 방황하지 않고 명확하게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숙과, 통달과,느긋한 관조와,
적당한 사회적 부와 지위를 얻는 나이 서른...
그러나.. 막상 그 서른을 넘어가니...
"나이 핑계"를 대며 자꾸 주저앉는 나를 본다.
느긋함도 생기고...
바라던 사회적 지위도 생기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명확한 답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그것들을 추진해 나갈 "열정"을 잃어 버린 나를 본다..
어느새 서른이란 나이를 탓하며 뒤로 한발자욱 물러나고..
제자리에서 맴돌고..
쉽게 다른 이들의 상처나 도움을 묵살하고...
그보다는 스무살 때는 상상도 못한 "늙음"이란 느낌에 더 민감해 하는 "또 다른 서른"의 나를 본다...
그러다 오늘은...
양희은의 <내나이 마흔살에는>란 곡에서,
문득 "서른, 그 찬란한 젊음의 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이런 가사가 나오는데... 깜짝 놀랬다.
아.. 나이 마흔이 되면... 한 물 갔다고 느끼는(?) 서른도.... 찬란한 젊음의 때로 느껴질 수 있겠구나...
그러고보면....
삶은... 살아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는데..
가장 큰 매력이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열다섯에 상상한 서른이 다르고,
스무살에 상상한 서른이 다르고,
서른에 이르러 바라본 서른이 또 다르고...
내 나이 마흔에 뒤돌아 볼 서른도, 물론 다르겠지?
이런 걸 생각하면, 오래 살고 싶다.
오래 살아서.. 그 나이대에 맞는 즐거움과 아쉬움을 맛보고,
삶을 뒤돌아 보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
내 나이 서른둘.... 더 많이 고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