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의 첫장을 찢으면서 내 자신에게 다짐하고 채찍질했던 때가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한데 벌써 한 해가 가려나 봅니다.
잡으려고 잡아 보려고 허공에 내민 손은 그만 지쳐 툭하고 떨어져내립니다.
이제 되돌아보니 올 한해도 무척이나 분주하고 복잡하게 살아온 모양입니다. 제 머리속이 이리도 복잡한 것을 보니 말입니다.
아이들은 무럭 무럭 자라 이제 내 키에 한 뼘만 더 자라면 이제는 이 엄마를 세상에 닳아졌을법 하건만 아직도 여린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조금은 철없는 이 엄마를 안아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이 가면 내일 또 이맘때 이 시간이 오건만 지금 가면 아예 오지 않을것만 같은 마음이 자꾸만 드는건 오늘이 내일이 아니고 어제가 오늘이 아님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똑같은 수많은 날들을 우리는 맞이하지만 그 날들은 제각각 다른 색깔과 다른 모양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우리는 더러 그 아름다운 색깔을 보지 못하고 그 예쁜 모양을 만져 보지 못하고 무심히 흘러 보냅니다.
어느새 각박해진 사회속에 우리는 내 자신의 풍요조차 느끼지 못하고
그렇게 메마르게 살아갑니다. 그러니 우리의 이웃을 쳐다 볼 여유는
더더욱 없겠지요.
이 시간이 지금 가면 오늘 또 이 시간은 다시 만날 수 없지만 우리는
내일 색다른 이 시간은 준비하고 만날 수 있겠지요.
올해가 이렇게 아쉽게 지나가는 건 좀 더 충만한 내년을 맞이하기 위함이라고 마음을 다집니다. 하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건 한 해가 이렇게 가는 걸 아쉬워하는 시간과 날들이 그만큼 많아짐에 책임감을 느껴야하기 때문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