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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토로한 A씨의 사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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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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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에 잠바 뒤집어 쓴 여자


BY 다방커피 2002-11-29

처음 결혼을 하고는
누군가가 "아줌마" 하면 뒤도 안돌아봤습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집었다가도
"아줌마"하는 순간 물건을 내려놓았죠.
권희를 임신했을때..
첫애인가요, 둘째인가요???
화를 낼 수도 없고...

권희를 낳고 쇼핑을 갔습니다.
그런데 그 점원
"새댁"도 아니고 "아줌마"도 아니고..

"어!머!니!!!..

정말 너무나 기가 막혀 뒤도 안돌아보고 와버렸습니다.

포대기에 잠바 뒤집어 쓴 아줌마들을 볼 때면
흥! "멋"을 모르는군!!!
나는 그러지 않으리라 ......
처음에는 절대로 포대기로 아기를 업지 않았습니다.
포대기에 업으려면
우선 머리부터 위로 질끈 올려야 하고
뽀대도 안나고...
정말로 아줌마 모습으로...
난 아름다운 여자이고 싶은데...
화장곱게 하고 나가면
혹시 이모라고 해주지 않을까....

어느 덧 시간이 지나
우리 권희 벌써 만 9개월을 앞두고..
그리고 날씨도 추워지고...
태어나 처음 만나는 겨울이건만
올해 감기는 왜이리 독한지...
열나고 기침하며 힘들어하는 권희.....
이제는 고녀석 추울까봐..
머리 질끈 올려 묶고
포대기로 꽁꽁 싸매고...
그위에 잠바를 함께 입고...
누가 보면 완전히 굴러다녀도 될만하게...

그렇게 그렇게 엄마가 되가나봅니다.
"아줌마","어머니" 해도
별로 화도 안내고...
어쩌다 "아가씨" 불러주면
꼭 필요없는 물건 사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아직은 "아줌마","어머니"라는 말보다
"아가씨","새댁"이라는 말이 더 좋지만,
절대 용서 안되던...
포대기에 잠바 뒤집어쓴 모습을 받아들이듯
"아줌마,"어머니"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날...
진정한 여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엄마도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날 낳아
나 추울까봐 아름다움은 버리고
포대기에 꽁꽁 싸고
잠바 뒤집어쓰고
그렇게 그렇게 날 키우셨겠죠?
오늘 저녁에는
엄마께 전화한통 드려야 할까봐요..
"고맙다고..."
횡당보도에서 이쁘게 단장하고...
'어머, 저게 뭐야..'라는 눈길로...
날 바라보는 이쁜 아가씨한테 말해봅니다.
니들이 포대기에 잠바 뒤집어 쓴
이 아름다움을 알아?
권희야 업으니까 따뜻하지?"
그리고 한번 웃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