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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에게 용돈을 주지 않았다며 서운함을 토로한 A씨의 사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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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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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2


BY 후리지아 2001-07-09

강물이 되어 흘러들고픈 바다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한꺼번에 흘러들어 바다에 흡수되고 싶은...
하지만 바다라 생각한 사람은 떼를 씁니다.
강으로 흘러드는 바다도 있다고...
바다가 강으로 흘러들겠노라고...
하고 싶다고 다 되는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하지 못하는 일이 훨씬
많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그래서 힘들고 어려운 모양입니다.

6月 마지막 일요일은 시어머님 생신을 앞당겨 해드리는
날이였습니다. 바쁘게 사는 자식들이 일요일이어야
모인다 하니 어쩔 수 없었을테고, 그러다 보니 정작
생신날은 혼자 쓸쓸한 아침을 맞으셔야 합니다.
보통은...토요일 퇴근을 하고 저녁시간에 모이지만,
전, 전날부터 가서 하룻밤을 형제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
불편해 졌습니다. 남편이 가고난 다음 부터지요.
그런 절 보시면서 어머님은 늘 마음아파 하십니다.

일요일 이른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교회에가서
1부예배를 드리고, 시댁으로 가기위해 고속버스 터미널로
향합니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전날 저녁 예쁜 편지지와 봉투를 준비하고, 어머님께
편지를 씁니다.

어머님 전 상서.
어머님과 제가 부모자식의 인연을 맺은지 20年이 넘었습니다.
...............중략...................
어머님께는 죄송하지만 전 힘들고 어려우면 아범 생각이
나는게 아니라 친정어머님 생각이 납니다.
................중략......................
제곁에 항상 계셔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긴긴 편지를 쓰고, 월급의 10분의1을 떼어 용돈으로
챙겨 어머님께 드리고 옵니다.
어머님은 매번 편지만 주면 안돼겠냐 하십니다.

하루를 어머님과 많은형제들과 보내고 내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을 합니다. 내가 언제까지 이렇게
다닐 수 있을까...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연결고리가 끊어져 가지 않게 될텐데...
그래도 착한 딸들덕분에 난 어머님께 항상 칭찬을 듣습니다.
어머님께서 용돈을 챙겨 주실라치면, "저희들 걱정은 하시지
마시고 할머니 용돈쓰세요." 하며 받은 용돈을 할머니
주머니에 넣어드리고 옵니다.

작년 큰아이가 처음 아르바이트를 해서 받은 월급을 조금떼어
할머니 통장으로 송금을 해드린 일이 있습니다.
어머님은 다른 자식들집에 전화를 걸어 자랑을 하시고...
그리곤 아음아프셔서 우시더랍니다.

산다는것은 이렇게 사소한 것들로 행복한 것이 아닐런지요.
언제까지 어머님께 잘해 드릴 수 있을지 막막한 생각이
앞서는 날이였습니다.
시누이가 전화를 했습니다.
언니는 참석만 해도 고마운데, 번번히 어머니 용돈챙기고
편지써서 드린다고 목이메어 이야기를 다하지 못합니다.
어떤이들은 그러지요, 남편도 없는데 시댁엔 뭣하러
다니느냐고, 전 그 생각이 잘 못되었다고 말해줍니다.
인연이란 어디서 어떻게 만나더라도 특별한 것인데,
내 자식을 함께 낳은 남편을 낳아주신 분인데...
그 자식이 먼저 세상을 등졌으니 나머지 몫은 당연히
내것이라 생각한다 말해줍니다.
어쩌면 남편은 절 만나지 않고 다른 좋은 배우자를
만났더라면 세상을 뜨지 않고, 어머님께 효도하며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도 살아도 우리들에겐 답이 없는 숙제가 있습니다.
우리는 답을 찾아내기위해 전심을 다해 사는 것일겁니다.
답을 찾았다해도 만점을 받을만큼의 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낙제는 하지 말아야 하기에 이렇게
살고 있는것은 아니겠는지요.

어머님은 그러십니다.
이제 혼자 그만살고, 좋은사람 있으면 재혼하라고...
네! 좋은사람 생기면 어머니께 제일먼저 말씀드릴께요...
전 그러고 싶습니다. 강산이 두번이나 변하는 세월을
부모자식의 인연으로 살았으니...
당신아들 때문에 한쪽가슴은 아프시겠지만, 사랑하는
며느리의 행복을 위해 한쪽가슴은 기쁘실 것입니다.

강으로 흘러들고픈 바다인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당신 어머님 참 좋으신 분이시구나." 하며 웃어줍니다.
그러나 그 바다가 강으로 정말 흘러들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믿고 싶을 뿐입니다.

이렇게 또 하루를 살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