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시절 계룡산 기슭 외딴집에 살았습니다.
밤이면 산 기슭에서 짐승들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고
밤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총총히 빛나곤 했습니다.
늦은밤 어머니는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개울가로 물을 길으러 가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나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그 어두운 밤길을 걸었습니다.
어머니의 손은 참으로 고왔습니다.내 나이 다섯살때였으니까요.
이제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나도 중년의 문턱에 접어들고
어머니도 많이 늙으셨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내 마음속에는
그 밤의 정막과 총총한 밤하늘의 별과 풀벌레의 울음소리와 산기슭에서 들려오던 짐승들의 울음소리와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이젠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 옛집과 고왔던 어머니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릅니다.
그 길을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다시 거닐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을 느끼며 말입니다.
그 어둠의 정막감.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한없이 바라보곤 했던 먼 하늘아래 도회지의 모습.
이제는 모두가 추억이고 그리움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