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22

그녀의 일터에서는(3).....위안부


BY 동해바다 2002-11-27


오늘도 푸른 잎을 기다리는 그녀.... 

문을 열고 짙은 남빛 제복을 입은 군인 두 명이 들어 온다. 
의경인가보다. 

잔뜩 군기가 잡힌 신참 한명과 고참인 듯하다... 
"넵" "넵"하는 것이 .. 

머지않아 3,4년 있으면 그녀의 아들도 막대기처럼 뻗뻗어진 
쫄병이 되어 상사들을 모시겠지... 

그들을 보니 잎사귀 하나 차이다...일경과 이경... 
그런데도 저렇게 깍듯하니....역시 고참이 되고 봐야 
그 맛을 알텐데......아쉽다...그런걸 못해봐서.... 

고참에게 바지 하나를 권해 주고는 탈의실로 보내며 
쫄병에게 말을 건넨다. 

"어디....본서에 있어요?" 
"아닙니다....**파출소에 있습니다."하고 절도있게 잘라 말한다. 

꼭 그녀가 고참이 되어 있는 듯....말붙이기가 어려워진다. 

"옛날에...내가 ***부에 있었는데...."하고 말을 했더니 
대답이 걸작이다... 

"위안부 말씀이십니까"하는 말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면서 박장대소한다... 

"아니 그럼 내가 일제시대때 살았었나???....지금 경찰청의 전신인데...." 

"아.....잘 몰라서 그랬습니다.....처음 듣는 말이라서..." 

돌인갑다... 
아무리 몰라도 그렇지... 
그녀의 나이가 60 넘은 할머니도 아닌데 위안부라니.... 

그리고 위안부가 어디 내무부..외무부 하는 그런 부서인가.... 
계속 웃는 통에 신참...무척이나 계면쩍어 한다..... 

하긴 20년도 넘은.... 
그녀가 소속되어 있던 곳을 갑작스레 꺼내니.... 
알리가 있나.... 
아마 그 군인은 젖먹이였을테니까..... 

탈의실에서 나온 군인은 옷이 마음에 드는지.... 
좀 깎아 달라 한다... 

네모난건 안되고...동그란건 깎아줄게요....하고 말하고는... 
쇼핑백에 넣어 주며 그들을 보내는 그녀..... 

졸지에 위안부 소리 들은 그녀는.... 
이왕 위안부 소리 들었으니... 
오늘은 같이 사는 남자에게 기쁨조 노릇이나 해 줘야지.... 
속으로 생각한다... 

그녀의 입가에 씁쓰레한 미소가 번진다... 
스무 살 정도의 차이가 나는 군인에게 무슨 대답을 바라고.... 
그런 말을 시켰는지..... 

잠시...세월의 흔적을..... 
세대 차이를 느꼈던 그녀......... 

40의 중반을 한참 걷고 있는 그녀이다...... 


 
동해바다 음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