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집에 들어오면서 가판대에 가지런히 꽂혀있는 생활정보지 세 부를 들고왔다
들고온 짐꾸러미는 풀지도 않은 채로 엎드려 눈 빠르게 이곳저곳을 훑어내렸다
아이들 때문에 바쁜 오후시간에 맞추고..
내가 필요한 금액에 맞추고..
아직 버리지 못한 자존심에도 맞추고..
그러다보니 들고있는 볼펜이 동그라미를 칠 곳은 하나도 없었다
남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성격이 이럴때는 원망스럽기도 했다
세일즈를 타고난 사람은 없다지만, 교육을 받으면 된다지만,
귀로 듣고 눈으로 보아온 주변의 인식들도 한 몫 단단히 한다
대충 훑었던 곳을 다시 꼼꼼히 짚어가자 딱 한 곳이 눈에 띈다
시간당 오천원..하루 네시간..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막연한 계획과, 막상 코앞으로 다가온 현실에 만감이 교차한다
하지만 비참한 현실이 내 것인걸..
용기내어 전화를 하고, 나같은 떨리는 목소리는 그네들의 생활에 아무일도 아니라는 듯의 사무적인 응수가 차라리 다행스러웠다
'내일 갈께요..'
하지만, 그 내일인 오늘, 난 아직 인정하지 못한 내 현실속에서
훌쩍거리고 있다.
바보...
나는 이제 긴 잠에서 깨어나야한다
그가..긴 잠을 자고 있으니..
잠을 자면서 무슨 꿈을 꾸기는 하는걸까!
잠으로 중천해를 맞이하고 서성이며 새벽을 맞이하는 가장인 그의
잠 속이 궁금하다...
그가 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얼마나 많은 것들이 그의 손아귀 속으로 모래처럼 빠져나갔는지를,
알 날이 올런지...
에세이방 여러분께 인사드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