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뒷골을 뻐근하게 땡기는 아빠의 정신적 문제는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나는 그 원인을 비교육적인 아빠의 성장배경에서 찾는다.
경상도 두메산골의 가진것이라고는 너덜너덜한 족보밖에 없는 종가집의 장손, 평균교육수준이 남성 중졸 내지 고졸, 여성 국졸 내지 무학으로 못박힌 시대와 지역안에서, 질문이 많다고 선생님들에게 구박을 받아가며 공부하여 서울의 대학을 들어간 동네 영웅, 개천에서 난 용 , 그리고 살벌한 도시에서 살아남아야하는 촌x의 띨띨할수 밖에 없었던 처절한 경쟁, 이 문열 소설책에 자주 나오는 그런 열등의식과 자만심의 짬뽕 등등.
단지 성장배경만이 아빠의 정신적 문제 발단 원인은 아닌것 같다. 우리 아빠는 확실히 신경질 호르몬과 스트레스 호르몬 과다분비증이다. 유전인것 같다. 그 증거는 바로 나다.
어쨌든 아빠의 정신적 문제, 남자는 하늘 + 여자는 바닥, 남존여비, 출가외인, 탄생의 목적은 조상에게 제사드리기 위하여, 존재의 의미는 조상에게 제사드리기 위하여, 미래의 꿈과 희망도 조상에게 제사지내기, 등등 그 증상이 보통 심각한것이 아니다.
당연히, 여성의 인권문제 비슷한것이 나오면 아빠와 나는 그야말로 개랑 고양이처럼 온 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눈빛에 칼이 날리며 완전 대립관계로 들어간다.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가 하면, 아빠랑 나랑 일단 붙었다하면, 주위의 인간들이 "또, 시작이얏!!!" 비명을 지르며 진짜로 다 도망을 가버린다.
그렇다고, 아빠가 우리 남매를 키우며 차별를 했는가.
했다. 맛있고 비싼건 나만 먹이고 돈을 써도 오빠보다는 나에게 엄청 더 썼고 굳은일은 오빠만 시키고 하다못해 공부를 시켜도 나를 더 시켰다. 그러면서, 꼭 뒤에다 붙이는 말이 --다 소용없어, 키워서 남의 집에 보내야하는데, 뭐. 얌전히 좀 있어라, 응?--
그 다 소용없는 뒷바라지를 실컷하고, 결국 남의 집에 보내놓고서도 (보내긴 뭘 보내. 가긴 어딜 가.), 명절날이나 일요일날 내 얼굴을 보면 --넌 왜 니네 집에 안가고 여기 있니? 니네집 (시집)에 가야지-- 말은 이렇게 하는데, 얼굴은 반가와서 헤--- 한다.
아직 한달이 채 안되었는데, 새언니, 즉 오빠의 와이프, 가 첫아기를 낳았다. 우리집에서는 아기 1호이다. 딸이다.
아빠는 요즘 '소용없고 키워서 남의 집에 보내야할' 손녀딸이라면 그야말로 넘어간다.
아기 낳기가 너무 아프다고 이제 단산을 선언한 새언니에게 앞에서는 아무말도 없다가, 새언니없는 뒤에서 중얼거린다. --지가 설마.....-- 그러면서, 아기에게 눈을 딱 주는 순간부터, 아니 아기냄새를 맡는 그 순간부터 헬레레....... 나도 아기가 예쁘지만, 아빠가 이뻐하는걸 보면 어쩜 저렇게 이뻐서 넘어갈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오빠가 출장가고 없으니 퇴근하고 새언니랑 아기에게 가달란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뺀질거리면 --출가외인이 우리집에 가야지 남의 집에 왜 가?
그러니까, 푸하--끙끙, 우웩저적바박 하는데, 전화통에서 뺀질과 함께 재빨리 귀를 때고 있어서 무슨말을 하는건지 잘 모르겠는데 아마 나에게 욕을 하나부다.
차마 나는 엄두도 안나는 뒷바라지 온갖 고생으로 다하시고, 말을 밉게 해서 나에게 규탄을 당하시는 아빠.
전자계산기랑 통장들고 연구를 좀 해야겠다. 아빠 여행보내드릴때가 된것 같다. 분명히 아빠는 나의 적인데........ 아빠 없으면..... 난 제대로 살 자신이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