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다
내 손때가 묻은 집과 살림살이들은 내손이 가는 만큼
윤기가 나고 둥글어지면서 반들반들해지고 그것들만 보아도
마음이 편해지는데..
어찌해서 사람은 같이 살아온 햇수만큼 편하고 쉬지 않는지..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갈수록 서로의 어긋난 부분들만이 두드러지고
한번씩 가슴을 묶은 매듭들은 시간이 갈수록 조여만 지니..
각자 홀로 살아온 세월이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이루고 살아온 세월보다
더 많아서일까?
부부에게는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결혼, 둘이 갈라지면 이혼녀, 이혼남인데...
그러면 "우리아이들"이라고 불리우는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각자 삶을
산다고 생각했을 때 무어라고 불리워질까?
부부간의 문제는 갈라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진데..
솔직히 지금까지처럼 그냥 묵묵히 모든 것을 책임지며 더 이상 살아가고 싶지는 않다.
살아가는 방식에서 갈수록 간격이 벌어지는 남편과 나
어쩌면 가치관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내가 속물적이고 이기적이어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남편의 생각을 맞추면서 살아왔다.
남편은 자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돈이 벌리면 조금 가져다 주고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경제적인 면은 내가 어찌되었던가
죽자 살자 가정은 내가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고
가정살림과 직장일을 병행하면서도 남편을 이해할려고 노력했다.
결혼 10년이라는 생활속에서 난 항상 내가 쓰러지면
우리가정은 쓰러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런 나의 생각을 남편은 이제는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남편은 올 9월부터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접고
돈이 되는 일을 해야 하겠다고 하면서 묵묵히 일만 하고 있다.
남편이 자기 하고 싶은 일 할동안 아이둘 양육비며 생활비, 남편의 용돈까지
사실 모든 것을 혼자 부담하는 난 힘들었다.
이제는 남편이 돈이라는 것을 번다.
사실 남편이 돈을 벌면 난 생활도 편해지고 모든 것이 부드러워 질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남편이나 나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피곤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힘들다고 얼굴표정을 짓는 것은 항상 남편이었다.
그래서 난 힘들어도 한번도 힘들다는 말을 하지도 못했고
가정살림의 모든 부분은 내일이거니 하고 해왔다
이제는 더 이상 이러고 살고 싶지 않다.
이렇게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그냥 애 둘 내가 키우고
혼자 살고 싶다.
남편 눈치살피며 억지로 애교떨며 비위 맞추고 싶지도 않고
이제는 남편을 위해서 아무일도 하기 싫다.
사람좋다는 소리를 듣는 남편.
한번도 바람을 피거나 나와 아이들에게도 손찌검을 하지 않는 남편.
그렇다고 술주정이 있지도 않아서
내가 정말 애들하고만 살고 싶다고 하면
남들은 내가 나쁘다고 하며 욕을 하겠지만......
객관적인 기준으로 보면 남편은 좋은 사람임에는 틀림없지만
난 남편과 맞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남편에게 모든 것을 맞추며 살아오는 동안 난 한번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도 못했고 앞으로는 일방적으로 맞추며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어쩌면 남편은 혼자 살아야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가혹한 말 같지만 남편같은 사람은
결혼이라는 것을 하지 말고 혼자 하고 싶은 일하고
자유스럽게 살아가야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난 남편에게 아내이고 애들의 엄마이고 싶지
누나나 엄마같은 보호자로는 평생을 살아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난후.
모든 것의 결정을 짓어야 할 때에는 항상 아이들이 문제이다.
내 아이들. 이 글자를 보기만 하여도 눈물이 고이는데..
이 아이들에게는 상처를 줄수는 없는데..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고 있는 동안에도 생각의 꼬리들은
갈수록 가지만 치고 있다.
모든 것이 횡설수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