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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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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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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1


BY 후리지아 2001-07-06

어제는 퇴근후 구두를 모아 뒷굽을 갈러갔습니다.
낡아진 구두를 수선을 하니 새로와 보였고, 한쪽으로 기울어
있던 구두들이 반듯하게 서 있습니다.
사람도 낡아 쓸모없는 곳을 떼어버리고 새것으로 바꾸어 산다면...

30分 넘게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구두방 아저씨 손놀림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세상에 가치있는 일을 하신다는...
불편한 구두를 편하게 수선해 주는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일이
아니란 생각을...
세상에서 묻혀온 먼지까지 말끔하게 닦아 내어 놓으시는
손을 보면서, 세상의 어떤 손보다 귀하고 정갈하다 느꼈습니다.
구두약이 묻어있는 손등, 손톱사이에 까맣게 끼여있는 삶의
흔적을 보면서...
이렇게 각자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라고... 많지않은 돈을 지불하면서 작은 제 손이
부끄러웠습니다. 구두를 더럽게 신고 다녔다는 생각에 그어느 것
하나에도 소흘히 하지말고 신중하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모기약을 사러 약국엘 갔습니다.
약사가 내게 묻더군요, "스콜피온스를 좋아하세요?"
왜 묻는지 알것 같았습니다. 늘 귀에 이어폰을 꽂고 나니는
내게 어느날 무슨음악을 좋아하느냐 물은적이 있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한다고 대답을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스콜피온스 좋아하지요!" 라고 대답하는 내게 음반을
한장 보여줍니다. 내게도 있는 스콜피온스의 베스트 음반
이였습니다.
좋은음반 있으면 빌려달랍니다, 추천도 좀 해주고...
내게 있는 비지스, 사이먼과 가펭컬, 에릭 클렙톤 음반을 챙겨
빌려주면서, 아티스트에 대한 설명도 해주고, 노래도 설명을
해주며 몇일있다가 ?으러 오마고 말했습니다.
"마흔은 되었습니까?" 하고 묻습니다. 물론 마흔은 넘었다
대답을 했지요. 본인은 56년생이라 이야길 합니다.
내게 몇년생이냐, 몇학번이냐를 묻습니다.
난 그냥 웃기만 했습니다.
일년여동안 다닌 약국인데 그저 약사구나 생각했을뿐...
나이도 가족도 궁금한 적이 없었는데, 궁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늘 연세 많으신 어머님인듯한 분이 나오셔서 보조를
하고 계셨습니다.

아이를 위해 삼계탕을 앉혀끊이고, 밀린 설거지를 합니다.
수박이 먹고 싶다는 아이들을 위해 수박을 사다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던 작은녀석이 배고프다
왔습니다. 계란찜이 먹고싶다해 만들어 밥을 먹이고 내 유년
이야기를 잠깐하고 공부를 하러 다시 독서실로 갑니다.
혼자남은 저녁이 암담하게 느껴집니다.
캔맥주 두개를 사다 마시면서 아이들을 기다렸습니다.
큰녀석이 방학을 해 아르바이트를 나갑니다.
그곳 동료들과 저녁먹고 온다 하더니 한시가 다되어 술을 한잔
하고 들어옵니다. 난 웃음이 났습니다.
깔끔떨기로 유명한 큰녀석은 술을 마신탓인지 씻는것도 귀찮다며
세안만하고 내 무릎을 베고 이내 잠이듭니다.
저보다 작은어미의 무릎을베고 잠들어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난 행복하구나 생각을 합니다.

독서실에서 두시가 되어서야 돌아온 작은녀석은 내일은 문법시험을
본다며 사투리며 맞춤법등을 질문합니다. 일본의 잔재가 남아
아직까지 우리 생활속에서 쓰고있는 말들을 고쳐가며 시험공부를
합니다.
난 쉽게 잠들 수 없어 뒤척이다 늦은새벽에 잠깐 잠을 잤습니다.

큰녀석은 점심사먹는게 신통치 않다며 도시락을 싸 다니겠다
합니다. 다들 도시락을 싸온다고...
하루에 오천원씩 식대가 나오는데, 천원정도는 간식을 사먹고
날마다 사천원정도를 모은다고 했습니다.
일이 힘들고 고단할텐데 돈을 번다는게 신나는 모양입니다.

출근길 눈을 감고 사당까지 왔습니다.
몇일을 제대로 자지 못한 까닭인지 눈이 아팠습니다.
차창밖으로 보이는 아침준비에 바쁜 사람들을 보지 못해 아쉽기도
했지만 아마도 나처럼 같은 일상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입니다.
봄이 지났건만 잔디밭 한구석에 노란 민들레가 피었습니다.
나비가 한마리 날아와 나폴거리고 있습니다. 그곳만 보노라면
봄이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봄가뭄으로 타 죽어가던 원추리가 살아나기 시작하더니 어느날
부터 꽃대를 올리고, 꽃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오늘 아침엔
더러 시들어 죽어가는 것들이 보입니다.
생이란 나비가 날개짓 하듯 찰나인듯 합니다.

봉천사거리쪽에서 신림사거리 쪽으로 가다보면 피안이란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다녔는데...
20년도 전에 있었던, 그자리에 그이름 그대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노후된 간판만 바뀐듯 합니다.
20년전에는 흰바탕에 검은 글씨로 피안이라 내걸려 있었는데...
피안: 갈 수 없는나라...
청년시절이였던 그때 갈 수 없는 나라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던것 같습니다. 제겐 많은 고민과 번민이 있었고...아마도
그럭저럭 살련다로 마무리 짓고 결혼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합니다. 결혼이란 신중하여야 하는데...

어제 작은아이와 짧은시간 동안 진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녀석이 내게 묻습니다.
"엄마는 정말 아빠랑 맞지 않았는데 왜 결혼을 하셨는지
정말 궁금해요!"
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너희들을 엄마한데 선물로 주시고 싶으셨는데, 다른 방법으론
주실 수가 없으시잖아, 그래서 맞지 않는데, 너희들 엄마에게
주실려고 잠깐 부부의 연을 맺게 하신거야, 하나님께서 좀 잘
하셨겠니!"
말도 않?쨈募째痼?알면서도 녀석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전 고마웠습니다. 수긍해 주는 녀석이...

녀석은 지금 행복하고 마음이 편타고 이야길 합니다.
아빠가 살아계셨을때 늘 근심이 많았고, 엄마가 돈구하러 다니느라
고생하시고, 아빠가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고, 늘 남같은 느낌으로
사시는 엄마,아빠 보면서 결혼을 왜 하셨는지, 이해 할 수가
없었다고 말을합니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편이 살아 있을때 나만 힘들었던게
아니였구나 아이들도 힘들었을텐데 어른들 일이라 참견하지
않았구나...
전 스스로 선택한 불행이니까 누굴 원망 할 수 없었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태어나 힘들었겠구나...
가슴이 미어져오는 슬픔과 함께 알 수 없는 꿈길을 헤메였습니다.

어릴적 당사주라는 책을 본적이 있습니다.
장난삼아 보긴했어도 그림과 함께 씌어져 있던 그 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결혼을 일찍하게 되면 백년해로를 하지 못할 것이며
독수공방이 이어지고...가슴에 기러기를 세번 안아야 한다고.
그림엔 댓돌이 놓인 집이 두채가 있었습니다.
양쪽댓돌위에 알록달록한 여자 고무신이 놓여 있습니다.
일부종사를 못한다는 뜻이라고 누가 말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나이어려 본 그 그림이 잘 맞는것 을 알았습니다.
붉은색,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이 유난히도 짙었던 그 그림이
오늘은 아침부터 머리에서 맴돌고 떠나질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