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대량 메일을 보냈다.
보내기를 누르고 잠시 후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얼굴을 삐죽
내밀더니 그대로 끝이었다.
인터넷에 겁먹고 있는 나는 내가 아는 범위를 약간만 벗어나도
속수무책이 돼버리고 만다.
한 시간 동안 썼던 편지 내용이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허탈했다.
친구에게 전화해서 확인해 보라고 했다.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구석구석 뒤져봤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다시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똑똑한 컴퓨터가 복잡한 시간대에 서로 엉켜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나보다.
그렇게 이해해 버리기에는 편지 내용이 너무나 아까웠다.
내 지성과 감성을 모두 담은 내 메일을 삼켜버린
얄미운 컴퓨터....
세상에 완벽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미 저질러진 실수를 모르는 척 넘어가 버리는 컴퓨터
태연하게 다음을 클릭하라고 깜빡거리고 있다.
난 컴퓨터의 뻔뻔함에 지고 말았다.
용서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