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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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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빵과 눈물.


BY lsh1951 2002-11-22

나는
국화빵 천원어치를 달라고 하고는
안경 낀 사내의 얼굴을 힐끔 쳐다보았다.

사내는
추위에 손이 곱았는지 더듬거리는 손으로 빵틀에서
국화빵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종이봉지에
담다가 국화빵 하나를 그만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나는
땅바닥에 떨어진 국화빵이 꼭 사내의 눈물처럼 보였으며,
국화빵을 들어낸 빵틀의 빈자리 또한 사내의 눈물자국처럼 보였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으나
나는 이제 거리에서 파는 음식들,
강원도 감자떡이나 중국식 호떡이나 붕어빵,
잉어빵,오뎅,만두,호두과자 등을 가끔 사먹는다.

그것이
그나마 나같이 빈곤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도원의 아침편지>중에서
.................................................................

*옆집 새댁이 있었다.
귀엽게 생긴 사내녀석이 둘, 나와 비슷하였다.
내 아들녀석보다 서너살 아래여서 내 아들애의
입을만한데 버리기에는 아까운, 작아저 못입는 옷을
깨끗이 손질하여 예쁜상자에 담아서 주었다.

"새댁, 이거 우리애가 작아서 못입거든 ,똘이가 맞을 것 같아서,,,"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는게 잠시 내 시선에 잡혔다.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다음날 쓰레기를 버리러 대문밖에 나갔다가 아~~
내가 준 예쁜상자가 쓰레기통에 거꾸로 처박혀 있는게 아닌가...
난 서늘한 가슴 차디찬 손바닥으로 쓰다듬으며 소리없이 꺼내다가
다른 옷들과 함께 동사무실 시설돕기에 가져다 주었다.

15년 전의 씁쓸한 기억이었다.

나눈다는 것은 작고 크거나 값비싼 것이 아니라
마음인 것을 그때도 나는 알았었지만 섣불리 나누는 것은
상대의 자존심에 상처가 된다는 걸 그때는 몰랐었다.

아마 ,그 새댁도 시간이 흐른 뒤,
그것이 마음이란 것을 알았으리라...


날씨가 추워지면 어김없이 일상의 삶이 모두다 어려웠던 시절이
세월의 저편에서 흙백의 사진처럼 거꾸로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