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풀벌레 소리가 밤잠을 설치게 했던탓에 오전을 병든 병아리가 되어 꼬박꼬박 존다.
티브이를 끼고서 오전을 뒹굴어도 멍한 정신은 맑아지질 않는다. 늘어지게 한잠 잤으면 좋으련만 못된 성질은 그것도 허락질 않고.
따르릉 따르릉..... 길게 늘어지는 전화를 간신히 받고서,전화기를 내려놓으며 나오는 긴한숨을 주체하지 못한다.
주섬주섬 옷을 걸치고,머리를 대충 손으로 쓱싹거려본다.
시댁이 코앞에 있는터라, 난 시아버님 점심을 하러간다. 그것도 국수를 삶아서 드리려고.
난 국수를 좋아하지 않아, 국수는 시집을와 10년이 넘도록 별로 삶아본적이 없다. 개미기는 소리로 간신히 대답은 했지만 영 마음이 내키질 않는다. 솔직히 가고 싶질않다.
중풍으로 누우신 시아버님의 잔소리때문에 어머님은 하하호호웃으며 사신다는 약장사에게로 매일 출근을 하시고, 그 무료한 시간때문에 아버님은 사람만 보면 당신을 불만을 봇물 터트리듯 내 놓으신다.
국수를 유난히 좋아하시는건 알고있지만 벌써 몇번째인가. 9월들어서도 손가락으로는 셈이되지 않는다.
별별 생각을 다하며 들어서기는 했지만 난 마음을 허공에 둔채로 국수를 삶는다. 내찌든삶의 때를 삶듯 그렇게.
하는둥 마는둥 국수를 삶고, 멸치국물을 내서 한그릇을 만들어 드렸는데 아버님은 너무 달게 드신다. 그리고는 "난 네가 끓이는 국수가 제일로 맛있단다." 하신다.순간 그동안의 내가, 얼마나 철부지였는지, 아니면 끓이기 싫는 며느리의 마음을 헤아리신건지 난 알수가없었다. 하지만 또 국수를 삶으러 오라시면 가기 싫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