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서둘러 저녁을 먹는다.
오늘은 모처럼 천변으로 나가 운동을 해야지....
늘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둔 숙제를 왠지 오늘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아이들은 벌써 부터 들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훌라후프를 챙기고, 음료수 한 병 챙겨 들고,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
로 경쾌한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그곳에는 하나 둘 내리는 어둠과 함께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었다.
뛰는 사람, 빠르게 걷는 사람, 풀밭위에 앉은 사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자유를 그렇게 누리고 있었다.
긴 달리기 행렬은 어느새 나 까지 합류시키고 만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천변에서 부는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날아오르고...
네온 사인의 휘황한 불빛으로 물 무늬가 화려하다.
한 낮의 더위도 언제였던가. 저만치 물러서고 있었다.
등줄기로 땀이 내리고, 긴장된 근육에서 상쾌함이 묻어 난다.
기분 좋게 땀을 흘리리라....
하루 종일 냉방 잘된 사무실, 컴 앞에만 앉아 하는 일....
늘 제자리에 잘 정돈된 물건처럼 사는 일이
요즈음은 참 따분해지는 계절인 가 보다.
사람을 이리 밖으로 내 모는 걸 보면...
아이들의 허리는 어째 그리 유연한지
훌라후프는 잘도 돈다.
점점 둔해지는 몸을 느끼며, 세월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점점 떠밀려 어떤 긴장속에 스스로를 빠트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한 자리에 가만히 고여 있다는 건 생각이든, 몸이든 우리를 참
나태하게 만드는 듯 하다.
달리고, 또 달리며 내 안의 미처 타지 못한 것들을 소진시키고 싶은
거다.
묵은 세월의 흔적 부스러기들이 떨어진다.
새로운 내가 되어 다시 거기에 있다.
기분 좋게 땀을 내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엔 흐믓함이 있었다.
시원한 물줄기에 온 몸을 내 맡기고, 대나무 자리 위에 벌러덩 누워본
다.
여름의 참맛이 따로 없는 듯 하다.
늘 바쁜 일상속에 스스로를 메어 두고
꿈꾸는 일상은 그렇게 꿈으로 끝나진 않았는가.
작지만 나를 찾아 떠나는 일상의 탈출...
그것이 여행이던, 어떤 만남이던
그동안 너무도 미루어 두고 산 듯 한 안타까움으로
모두 찾아내고 싶음이다.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서,
새로은 나를 찾아서 떠남이 예정된 시간
그런 여름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