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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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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서 떠나기


BY 쟈스민 2001-07-05

퇴근 후 서둘러 저녁을 먹는다.

오늘은 모처럼 천변으로 나가 운동을 해야지....

늘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둔 숙제를 왠지 오늘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아이들은 벌써 부터 들떠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훌라후프를 챙기고, 음료수 한 병 챙겨 들고,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으

로 경쾌한 발걸음을 내딛어 본다.

그곳에는 하나 둘 내리는 어둠과 함께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었다.

뛰는 사람, 빠르게 걷는 사람, 풀밭위에 앉은 사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자유를 그렇게 누리고 있었다.

긴 달리기 행렬은 어느새 나 까지 합류시키고 만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천변에서 부는 바람에 실려 어디론가

날아오르고...

네온 사인의 휘황한 불빛으로 물 무늬가 화려하다.

한 낮의 더위도 언제였던가. 저만치 물러서고 있었다.

등줄기로 땀이 내리고, 긴장된 근육에서 상쾌함이 묻어 난다.

기분 좋게 땀을 흘리리라....

하루 종일 냉방 잘된 사무실, 컴 앞에만 앉아 하는 일....

늘 제자리에 잘 정돈된 물건처럼 사는 일이

요즈음은 참 따분해지는 계절인 가 보다.

사람을 이리 밖으로 내 모는 걸 보면...



아이들의 허리는 어째 그리 유연한지

훌라후프는 잘도 돈다.

점점 둔해지는 몸을 느끼며, 세월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점점 떠밀려 어떤 긴장속에 스스로를 빠트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낀다.

한 자리에 가만히 고여 있다는 건 생각이든, 몸이든 우리를 참

나태하게 만드는 듯 하다.

달리고, 또 달리며 내 안의 미처 타지 못한 것들을 소진시키고 싶은

거다.

묵은 세월의 흔적 부스러기들이 떨어진다.

새로운 내가 되어 다시 거기에 있다.


기분 좋게 땀을 내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엔 흐믓함이 있었다.

시원한 물줄기에 온 몸을 내 맡기고, 대나무 자리 위에 벌러덩 누워본

다.

여름의 참맛이 따로 없는 듯 하다.


늘 바쁜 일상속에 스스로를 메어 두고

꿈꾸는 일상은 그렇게 꿈으로 끝나진 않았는가.


작지만 나를 찾아 떠나는 일상의 탈출...

그것이 여행이던, 어떤 만남이던

그동안 너무도 미루어 두고 산 듯 한 안타까움으로

모두 찾아내고 싶음이다.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찾아서,

새로은 나를 찾아서 떠남이 예정된 시간


그런 여름이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