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초등학생의 뇌진탕 책임은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6

여행에서 만난아이


BY 나예 2000-11-28

닭호스님의 글을 읽다가 문득 10여년 전의 한일이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그땐 혼자 하는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했읍니다.

학교끝난 금요일 저녁 청량리나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그

기차의 마지막까지 갔다가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기차로 올라오는 그

런 여행이었지요

그해 봄이었읍니다.

중간고사를 끝내고 친구들의 우려를 뒤로한채 청량리역으로 갔읍니

다.

강릉행 기차를 타고 밤새달려 도착한 강릉에서 시작하여 주문진 대

진 통일전망대를 두루 들러보고 일요일 서울오는버스를 탈려고(진부령

넘는것)속초에서 차시간을 기다릴 때였읍니다.

시간이 몇시간 남아 속초항에 나가보았읍니다.

거기서 어른들 틈에 끼어 놀고있는 초등학교 3-4학년의 남자아이들 다

섯명을 만나게 되었지요


그아이들은 긴대나무에 줄로 부두에서 주운 멸치조각을 끼워 바다에

드리운채 낚시를 하고 있었읍니다.

다른 아이들은 신나서 떠드는데 한아이는 아무말없이 바다만 바라보

고 있었읍니다.


왠지 그아이가 마음에 끌려 근처에서 파는 지렁이를 사가지고 그애들

에게 갔읍니다.

친구들말이 그아이는 지난밤 아버지에게 맞아 온몸에 멍이 들었다고

했읍니다.

얼핏보이는 목의 파란 멍을 보니 가슴이 울컥 하였읍니다.

그아이는 엄마가 가출하여 술에 빠져 사는 아버지 밑에서 거의 매일

맞으며 살아가는 그런 불쌍한 아이였읍니다.

제가 무어라 할수 있는 말이 없었읍니다.

그아인 그렇게 힘들어 하는데 주머니 돈 털어 치킨을 사주며 약간의

호기를 부려보는것 왜엔

조용히 치킨을 먹던아이가 묻더군요 누나 서울에서 왔냐고 어떻게 알

았냐고 하니깐 그냥 그래 보인다고 그러면서 울면서 나좀 데리고 가줄

수 없냐고 집이 싫어 가출하고 싶은데 갈데가 없다고 엄마도 서울 어

딘가에 있다고 하니깐 누나 시키는건 다할테니깐 제발 데리고 가달라



그땐 아무말도 할수 없었읍니다.

당장 동생과 단칸방에서 살며 아르바이트해서 겨우 학교에 다니고있

던 내겐 약게도 그아이가 가져올 부담이 얼마나 버거울까 이것부터 계

산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애 친구들이 그러더라구요 그아이 이러다가 아버지 한테 맞아 죽을

꺼라구

말못하는 제마음을 알았던 것일까요 그아인 아무말없이 가버렸읍니

다. 축처진 어깨로 무어라고 무슨말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그땐 왜그

리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는지 버스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다 안돼겠다

싶었읍니다.

다시 그곳으로 가보았지만 아이들은 없었고 그동네를 몇시간을 찾아

헤맸지만 만나지를 못했읍니다.

어떻게 해줄수도 없으면서 따뜻한 말한마디라도 제대로 못해준것이

못내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읍니다.


제발 바르게 자라주길 환경을 비관하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주길 그

런 맘으로 기도드릴밖에


그 뒤로도 가끔 그 아이의 얼굴이 떠오르곤 합니다. 파랗게 멍들었던

그 작은 목 눈물이 잔뜩 고여있던 눈 돌아서던 얼굴에 서린 원망이 빛

모든 것들이 나의 무능함을 채찍질 합니다. 이제는 도울수 있는데 이

제는 안을수도 있을텐데 그아인 이미 20대의 청년이 되어있을 겁니

다. 부디 건강한 사람으로 살고 있기를 오늘도 간절히 빕니다.



그아이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아이 10년전 속초 부둣가에서 만났

던 연두색 사파리를 입고 네가 좋아보인다고하던 파란색 운동화를

신고 너와 너의 친구들과 낚시하며 즐겁게 보낸 그때 그누나가 지금

도 너를 걱정하며 기도하고 있단다. 건강하겠지 그렇게 믿을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