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문을 여니 주먹만한 눈이 소담스럽게
내리고 있대요.
출근 준비 서두르면서 남편을 깨웠어요.
이불을 개고 있는데
창밖을 쳐다보던 남편이 혼자서 중얼거리더군요.
"뭐라고 혼자서 이야기하는거예요?"
내말에 약간 주춤거리더니
"음~그냥 우리가족 모두 건강하고 좋은일만 일어나게
해달라고 했어"
"눈이 내리니까 출근하려면 평소보다 더 시간이 걸릴것
같으니 빨리 머리나 감으세요"
한마디 무심코 던지고 부지런히 출근준비 하면서
나는 하루를 열면서 들어가야 할 돈과
빨간글씨로 채워지는 가계부 땜시로
마음이 몹시 어지러웠어요.
욕실에서 젖은 머리로 나오던 남편이
기어이 한마디 내 뱉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처럼 멋대가리 없는 여편네는
없을것 같아. 첫눈보고 소원은 못빌망정
가족의 행복을 비는 남편 마음을 묵사발을 만들다니..
입 다물고 빨리가서 머리나 감으라고?"
듣고보니 민망한 마음이 생기더군요.
"입다물라고는 안했구 이번눈이 첫눈도 아닌데 뭘..."
우물쭈물 변명아닌 변명을 했습니다.
그리곤 혼자 속으로 넋두리를 시작했어요
' 그래 나도 소시적엔 눈이 내리면 안듣던 클래식도 듣고
머풀러 나부끼며 거리를 배회하면서
인생을 논하며 꿈을 키워나가곤 했었어.
그땐 내 인생이 가계부 앞에 놓고 요렇게
쪼그라들줄은 상상도 못했다
어느사이 오직 살아내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감정이 메말라 버렸는지
아니 멋대가리 없는 여편네로 전락했는지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
엉켜버란 출근길만큼이나
엉망이 되어버린 마음을 안고 출근했습니다.
공연히 지금 까지 마음이 요상스러워 사무실에서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