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진구 변두리
동네보다 조금 높은
산등성이 자락아래 자그마한 암자 하나가 있었다..
지금은 스님께서 포교를 목적으로
절을 다시 꾸며 사층짜리 양옥으로 변해
어린이집을 운영하기에 십여년전의
작은 암자의 모습은 찾을길 없지만
그 절에만 가면 잊지 못할 옛일이 떠오른다..
그날은 스님께서 정월내 하던 기도를 마치시고
새벽예불을 끝내고 오전열시 부터 신도들이 모여
관음제일 기도를 한뒤 방생을 가기로 되어 있던 날이었다...
절 세곳을 들렀다가 어딘가에서 방생을 하고 올예정이어서
시간이 꽤 바빠 점심공양을 서둘러 하는데 언젠가 부터
우리 암자 주위를 기웃기웃하던 중년의 어리숙해 보이던 세남자가
그날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예전 처럼 그사람들에게도 점심을 챙겨 주고
갔는가 햇더니 또 법당 주위를
왔다갔다 하며 몇번을 기웃기웃하는게 보였다...
시간에 쫓기어 신도들과 스님께서는 방생을 떠나시고
암자엔 나와 일흔이 넘으신 절에 계시는 할머니 한분만이 남아
설겆이를 하고 그릇들을 모두 행주로 닦아 넣고
잠시 삼십분 가량 낮잠을 자는데 온몸으로
이상한 기운이 돌아눈을 떳다
아무것도 이상한게 없었는데 그냥 어수선해지는 기분
암자를 휘-둘러 보고 법당안으로 들어서는데
아 어찌 이런일이!!!!!!!!!!
법당 옆쪽문이 활짝열려 있고
부처님 발아래 얌전히 놓여 있던 불전함이 온데 간데 없었다..
암자 뒤로 허름한 돌담을 넘느라 몇개의 돌덩이를 떨어뜨리고
도둑들은 산으로 불전함을 메고 가버렸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곳이라 사람의 눈에 띄지 않으니
얼마나 쉬이 도둑질을 할수 있었을까..,
순간 떠오른 그 세남자
진짜 도둑인진 알수 없지만 그남자들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머리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그 도둑들만큼 나를 무서움에 떨게 한 것은 여지껏 없었다..
그게 불전함이었기에....
그게 부처님 앞에 있던 불전함이었기에 난 망연자실
한동안 주저앉아 일어설 수가 없었다..
내가 도둑이라면 아무리 간이 큰 도둑이라도
부처님앞에서는 도둑질을 할 순 없을것 같은데...
정말이지
어떻게 부처님 앞에 놓인 것을 훔칠 생각을 했을까
두려움이 채 가시기전에 할머니와 돌담을 넘어
솔숲을 헤매며 행여하는 마음으로 불전함을 찾아 보았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거꾸로 집어던져 놓은 불전함이
100원짜리 동전 몇개만을 담은채 나동그라져 있었다..
그때의 그 심정이라니 두려움만이 나를 떨게한 날이었다..
그후론 그 세남자 암자 주위엔 머리카락한올 보이지 않았다..
가끔씩 그때일이 생각나지만 아직도 생각하면 무서운 일이고
도저히 이해 안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가끔씩은 얼마나 생활고가 심했으면 부처님앞에
놓인것에 손을 댔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불전함 꽤 무거웠습니다...
정월내내 기도한 후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