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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있는 삶


BY ns05030414 2002-11-14

언니가 메일을 보냈다.
한국을 떠나올 때 아파트 화단에서 가꾸다 화분에 옮겨 심어주고 온 국화가 꽃을 피웠다고…
아파트 앞 화단에 있는 국화들은 훨씬 생기있고 아름답게 피어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언니 글을 읽으면서 두고 온 꽃들이 생각났다.
마치 어린아이를 떼 놓고 먼 길을 떠나온 어미 같은 마음이 되어…
지금쯤 어미 잃은 초라한 모습은 아닐는지 모르겠다.
나보다 한 달 늦게 한국을 떠나 온 남편이 와서 꽃 소식을 전해 주었다.
내가 떠나고 나니 꽃들이 예전처럼 싱싱하지가 않더라고…
그 말에 아릿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곧 마음을 돌린다.
언젠가 모든 것 뒤로하고 떠나야 할 날이 오면 어쩌려고 이러나…
내가 지킬 수 없는 것은 잊을 수 밖에…
언니는 메일 끝에 이렇게 썼다.
동생인 나는 꽃이나 가꾸면서 여유 있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돈은 다른 사람이 벌고…
오십을 목전에 두고 이민을 결정한 동생이 안쓰러워 한 말일 것이다.

언니다운 발상이다.
돈은 다른 사람이 벌고 그 돈으로 꽃이나 가꾸면서 사는 것이 여유 있는 삶이라는 생각은…
동생을 아끼는 마음에서 한 말이겠지만 그 생각엔 동의할 수 없다.
그런 삶을 사는 동안 내 마음 속에선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항상 있었으니까…
다른 일을 하면서 자투리 시간에 꽃을 가꾸는 것은 여유 있는 삶일지 모르나 하루 종일 꽃밭에서 빈둥거리는 것은 여유 있는 삶이 아니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온통 꽃밭에서 빈둥거리는 것으로 인생을 끝낸다면 그 인생을 누가 가치 있고 보람 있다고 할까?
난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살고 싶다.
가치 있고 보람 있다고 느끼는 일에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투자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눈에 위험천만의 모험으로 보일지라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일에 내 모든 것을 던져 몰두하고 싶다.
그런 삶을 살 때 비로소 내게 여유라는 자투리 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그렇게 주어진 자투리 시간을 비로소 난 즐길 것이다.
여유 있는 삶을 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