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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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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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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눈의 티는 못보고...


BY heyum 2001-07-02

잠이 깨어 버렸습니다.
가슴에 커다란 바위가 아직도 깨지지 않았나 봅니다.
돌아보면,
4학년인 큰 아들은, 그저 무리없이 별탈없이 잘 커왔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귀엽게 생겨 행여 누가 집어갈까 조마조마 하며 보아왔는데,
그 모습은 다 잊혀져가고,
왜 이리 미운구석만, 아니 밉게만 보이는지.....

넌 왜 스스로 정리할 줄 몰라?
머리속에 아무것도 안들었어?
아는것도 없으면서 왜 그리 잘난척이야?
씻으라고 말을 해야 씻어?
뻔히 드러날 거짓말을 그렇게 밥먹듯이 해?
차라리 나가! 너같은 아들 키우고 싶지 않아~

비교하지 않으려 하지만, 자꾸 밑에 두아이와 비교를 하면서 아이를 구박하고 야단치고 했습니다.
큰 아이는 학교에서나, 동네에서나 정말 무리없는 아이인데...
공부도 쳐지지 않고, 성격도 원만해서 인기도 좋고, 음악도 좋아해서
항상 틀어놓고 즐기고, 책읽는것도 아주 좋아합니다.
집에서는 얌전해 보이긴 하지만, 학교에서는 개그맨으로 소문이 나 있는데, 그건 나나 신랑이 그 아이를 잘 이해 못하는 부분입니다.
주변이나, 학교에서는 더 바랄것이 없다는데,
어미인 나는 한없이 그아이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목소리부터 짜증으로 튀어 나갑니다.

아이가 자꾸만 사소한 거짓말을 합니다.
숙제도 무조건 없다구 하고, 밀린것도 다 했다고 하고,
오락실에 가끔 들르는걸 봤는데도 안갔다고 하고,
학교에 관계되는 일들은 일단 다 그 위기를 모면하고자
대충 얼버무리고 다시 되묻고 되물으면 그자리에서 거짓말한것이 들통이 납니다.
아이의 성격에 문제가 있는건지, 도대체 아이를 감당하지 못할정도로
미움을 가득 채워서 대응했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도대체 애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
제 잔소리에 신랑도 서서히 동요되서 우리 부부의 잔소리가 심해질쯤
아이의 눈가에 짙게 그늘이 졌습니다.
거의 결혼 십여전이 되도록 싸우는 일이 없는 우리 부부는,
서서히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었습니다.
더이상은 안되겠다.
아이의 눈가에 짙은 그늘이 내 가슴을 메이게 했습니다.
그날 컴퓨터앞에 앉아 상담할 만한곳을 찾다가, 우연히...
우리아이와 똑같은 경험담이 있는 어느 엄마의 상담일지를 보게 되었습니다.

통곡하고 말았습니다.
아이들의 사소한 거짓말.....우리아이의 경우는 부모에게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는 글이었습니다.
원리원칙에 맞추려는 가정,
자유롭지 못한 환경,
기대치가 너무 커서 아이가 감당을 못하는 무게,
부모가 엄해서 매를 무서워 임시변통으로...
순간적인 자기 방어로 거짓말을 한다는 글이었습니다.
울면서 그 글을 읽었습니다.

큰애가 잘 자리잡아야 밑에 동생들이 잘 따라올꺼라는 기대,
큰애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을 뒷감당이 자신없어서, 하필 큰애라는 이유로 주저앉혔던 기억,
이건 꼭 이래야 된다는 내 편협된 생각에 아이에게 자꾸 주입하려는 강박감,
시간의 틀에 맞춰서 생활시키려고 안달안달하는 내 모습...
내 화를 참고 참고 또 참지만, 결국 도루묵이 되도록 폭발하면 자제하지 못하고 그자리에서 폭행한다 싶을만큼 예의도 없이 때리는 나,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아이가 왜 이럴까만 쥐어짜듯 고민하고 볶아대기만 했지,
결국 내 자신의 모습은 돌아볼 줄 몰랐던 거였습니다.
자기방어를 위해서, 순간적인 매가 무서워서,
난 폭군처럼 그 아이에게 군림하고 있었나봅니다.

우리부부의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 주체하지 못하게 튀어오르는 아이를 짓누루고 있었나봅니다.
둘째와 세째는 그 끼가 맘껏 발산되로록 맘껏 풀어놓으면서,
유독 큰 아이한테만은, 죄이고 있었습니다.

밤을 새고, 아이의 자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세상에 나같은 엄마가 어디 있을까...
그래도 어미라고, 사랑한다고, 해밝게 웃는 아이에게,,,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일단 묻지 않기로 했답니다.
잘하는 아이니까, 그저 잘했다...형말 잘 들어야지...
사소한 일에도 아이에게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마음속에 더이상 죄짓지 말자고 다짐에 다짐을 하면서 말입니다.
몇일새에...아이 눈가에 짙은 그늘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일이 참견하고 잔소리할때보다,
스스로 챙기고, 노력하고, 조금씩 보입니다.
그것만으로 감사할뿐입니다.

아이에게 고백했습니다.
미안하다.....그동안 엄마가 너무 부족했던거 같다...
아이가 울먹이며,
아니예요, 엄마 제가 속을 많이 썩였잖아요....노력할께요...
그래....우리 그렇게 살자....고맙다...고

아직 수양이 덜 되서, 오늘도 불쑥 튀어나오는 잔소리 한마디 하고는,
아차~싶어서, 아니야....일단 기다릴께....라고 말했더니,
부랴부랴 일기를 쓰고, 영어듣고, 자리에 드는걸,
밤참을 같이 먹으면서 티브를 보았습니다. 왕건할때였으니까요...

내가 어미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한 사람을 대하는 모습으로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감히, 한 사람에게 그리 무지막지하지는 못하겠지요.....

제 다짐을 다짐해두고, 다시 반성하는 의미로, 이곳에 글을 씁니다.
아직은 늦지 않았다는것에 감사하고,
제맘이 흔들리지 않도록, 좋은 충고도 감사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