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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먹던 자연 식품(겨울)


BY 들꽃편지 2000-11-27

겨울은 뭉개구름.

겨울은 요술쟁이.

겨울은 유리성.

겨울은 동시짓는 동심의 계절입니다.


하얗게 꽃잎 날리는 겨울.
고향엔 눈이 밤새 많이 내렸습니다.
허리까지 찬 눈길을 헤치고 걸으면
뭉개구름속이 이럴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눈이 내리면 혀를 내밀어 눈을 받아먹었고,
갈증이 나면 들판에 쌓인 깨끗한 눈을
한웅큼씩 집어 먹었습니다.
뭔 맛은 없지만 사르르 녹던 시원함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눈을 좋아합니다.
우리애들이 눈을 뭉쳐 집으로 가져와서 놀면
쌔까만 물이 요새말로 장난이 아닙니다.
편리하고 깨끗한 주변환경을 가지고 있는듯 해도
실상은 먼지와 공해 덩어리 속에 앉아 있는겁니다.
요즘눈은 내릴 땐 하얀색인 것 같은데
뭉쳐 놓으면 짙은 회색입니다.
회색 거리,회색집,회색 눈을 보며 크는 아이들이 안스럽습니다.

초가지붕아래, 스레트지붕 아래, 일미터씩 달려 있던 고드름.
햇살 받아 반짝반짝 눈부신 요술쟁이 같은 고드름.
오이 따듯 뚝 따서 어그적어그적 씹어 먹던 고드름 맛.
설탕이나 조청 찍어 먹으면 맛있었겠지만 그런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땐 시원하고 달았을겁니다.
한낮이 되면 비되어 떨어지고,
자기 무게에 못견뎌 뚜둑뚜둑 떨어지던 고드름.
요즘도 시골가면 처마끝에 고드름이 달려 있겠지요?
먹지는 못하겠지만...

넓고 깊은 냇가가 있던 고향.
겨울이면 냇물이 짱짱하게 얼어 붙었습니다.
얼음이 얼면 바닥아래 자갈이나 모래가 훤히 보여
유리성 같았습니다.
여름엔 물론 겨울에도 냇가에서 많이 놀았습니다.
얼음밑에 물고기도 신나게 놀고 있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지요.
오빠들이 떡매를 가지고 나와 힘껏 떡매를 내리치면
온 천지가 찌렁찌렁 울리고, 그 소리에 물고기가 놀라
기절을 합니다.
기절한 물고기를 건져 불피워 바로 구워 먹었습니다.
비리하고 맛이 별론데...
먹기보다는 잡는 재미였을겁니다.

계절은 끝으로 접어들고,
한 해가 가면 하나씩 나이가 보태집니다.
30년이 흐른 얘기를 추억하며 적었습니다.
지금의 먹거리와 판이하게 달라졌지요.
어릴적 고향얘기를 아이들에게 해 주면,
꿈인듯 동화인듯 듣습니다.

꿈이 였지요.
동화 였습니다.
그러나 실화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