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 작은 며느리!
어머니 땅속에 꽝꽝 묻고 벌써 일주일이 되었네...
어질러진 집안 구석구석 치우고 점심 한술 뜨고
문득 앞을 보니 어머니 사진이 물끄러미 나를 쳐다
보고 계시겠지?
괜시리 눈물이 앞을 가리는게...
어머니 영정 앞에서도 노상 웃으면서 문상객 맞은
철딱서니 없었던 년이 뒤늦게 눈물은? 어머니 나
사삭스럽지?
나 살아선 눈깔질을 하고 지랄이더니... ??
어머니 혀차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
그런데, 어머니 솔직이 시어머니 좋다는 며느리
몇이나 되겠냐?
어머니랑 같이 살동안 그나마 내 마음을 어머니께
준 것만도 다행이지 않을까요? ㅎㅎ
네 말이 맞다, 어머니가 동의해 주시네, 어머니 살아
생전 깡패같은 작은 며느리 의견 스스럼없이 손들어
주시곤 했었는데...
원래 성격이 데면데면해서 한번도 어머니께 살뜰한
말한마디 건넬줄 모르고 어머니 용돈을 드려도 심드렁
한 표정으로 불쑥 내밀고, 어머니 좋아하시는 과일,
종류별로 야채박스에 채워놓고도 알아서 잡수시라는듯이
시침 뚝따고...
그래도 어머니 용케 며느리 마음 헤아려 주시고 행복해
하셨지요.
저것이 말은 없어도 나를 징하게 생각해 준다고 동네방네
자랑하시면서...
아무리 작은 것을 드려도 너무 기쁘고 행복해 하시는지라
그 모습이 보기 좋아 밖에서 얻어들여온것은 웬만하면
모두 어머니를 드렸었네.
어머니께 살림 몽땅 맡기고 미친듯이 밖으로만 싸다녀도
피곤하지야? 하시며 설겆이통에 손도 못담그게 하시면서
며느리를 떠받들어 내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아세요?
넌 복도 많다, 어떻게 그런 시어머니를 만났냐고...
어제, 후배가 전화해서 어머니를 추억하데요.
전화로 나 바꿔달라 여쭈면, 으째까이 우리 메누리 피곤
해서 자고 있는디... 이따 하면 안될까라?
어머니도 언젠가 내게, 너와 나는 합이 들었는갑다, 니가
하는 짓은 어째도 밉지 않아야? 그러셨지요.
그런 어머니가 언제부터인가 부담스러워지고 싫어지기 시
작했어요.
큰며느리 버젓이 놔두고 내가 어머니 끝까지 모시는 것도
부당하다 생각됐고, 병치레에 의기소침해진 성격이 나 편
한대로 살고싶다는 이기심으로 뭉쳐졌고 이래저래 어머니
큰아들집에서 여생을 보내시라고 등떠밀었지요.
어느 아들, 어느 딸보다 너를 믿고 좋아했는데 니가 나를
가라 하냐고 눈물을 쏟으시는 어머니께, 어머니 내가 여유
를 조금 ?으면 어머니 다시 모실께요. 내 마음이 힘드는데
어머니가 비켜주지 않으시면 나 어머니 미워진다고 협박까지
하면서 매몰차게 어머니를 외면했고 어머니는 무거운 발길로
우리 집을 떠나셨습니다.
어머니, 사실 나 애아빠 만났을때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이 막내
아들이란 것이었다?
우리 친정엄마 칠남매 맏며느리로 늙을 때까지 고생 직살나게
하는 것 신물나게 봐왔고, 그 고생에 찌들어 인성까지 모지락
스럽게 변해가는 것 가슴 아프게 겪은 내가 맏며느리 하고 싶
었겠소?
어쨋거나 어머니, 난 어머니가 어디 계시든 어머니께 뭐든지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나한테 목돈이 생기면 눈 딱 감고 우리 어머니 한귀퉁이 뚝
떼드려 친구들에게 실컷 자랑도 하고 마음대로 쓰시게 해야지
이런 야무진 마음을 먹었었는데 어머니가 기다려 주시지를
않네요.
난 어머니가 상당히 장수하실줄 알았어요.
원래 단단한 체질이시고 건강관리도 똑 소리나게 잘하셨지 않아요?
게다가 어머니 귀가 부처님 귀처럼 크고 늘어져 한 구십까지
사시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됐다니까요. 낄낄...
나쁜 년이라고?
어머니, 내가 겪어보니까 장수가 결코 복이 아니더라구요.
건강하게 자기 몸 자기가 건사하다 눈 감는 것, 이게 최대의
복이란걸 깨닫게 됐어요.
어머니, 그렇게 정갈하신 분이 자식도 못알아보시고 애기같이
똥오줌 싸시고 누워계셨잖아요?
내 주변 친척을 봐도 친구를 봐도, 부모가 장수하니까 너무나
지쳐하더라구요.
어머니도 아시죠? 내 친정 작은 할머니...
그 양반, 지금 구십 잡수셨는데, 당숙과 당숙모가 할머니 팔십
때부터 내년에 또 잡수실지 알겠냐며 지극정성으로 생신상을
차려드리고 공경했는데 해가 가도 가실 생각은 안하고 맨날
며느리한테 욕하고 때리고 말썽만 피우니까 아들, 며느리가
넌덜머리를 내고 있어요.
어머니 돌아가시던 날, 나 창평 밭에서 고추 따다 아범 전화를
받았는데...
처음엔 머리가 멍한게 실감이 안났고 그 다음에 정신 차리고선
어머니, 그 정도 고생하시고 가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의 합장을 했답니다.
일흔아홉 수를 누리시고 석달간 아들, 딸 지극한 간호를 받으시고
편히 눈 감으셨으니 어머니 그만 하면 박복하신거는 아닌 것
같은데...
석가모니 부처님도 팔십에 열반하셨다하고, 生과 死가 모두 무상한
것을...
어머니, 어머니 누워계신 강진 우두봉 자락 풍광이 기가 막히데요?
우두봉을 뒤에 든든히 두고 산허리 아래로 강진만이 휘돌아 나가고...
어머니, 생각나면 아이들 데리고 소풍가듯 어머니 누워계신 곳
?아갈께!
어머니, 심심하지 않게 그동안 있었던 일들 죄다 고해바칠테니
어머니 편히 쉬세요.
부처님 품안에서 이승에서 겪은 모진 고통 죄다 잊으시고 편히 쉬세요.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원만행, 꽃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