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원두로 국을 끓이면..
씁쓸할까.. 구수할까..
어떤 맛일까..
커피원두로 국을 끓이면..
순미는 영주로 시집가
시청공무원 30년차 왕고(참)
지금은 복지관장이란 중책을 맡고
시댁도 지방에서 꽤나 알려진 양반들이라
이체면, 저체면, 체면치례를 많이 하고 살지만
유지급 시골양반이 되었다
걸음걸이나 말씨나 행동거지에도 관록이 붙어
'허허~' 웃을때도 관장티가 줄줄 흐른다
영주에 도착한 첫날밤을
순미네 집에 동침하면서
이런저런 끝도없는 재잘거림에
언제 잠이 든지도 모르고 '콜콜.. 새끈새끈..' ZZZzzzzzz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저녁부터 단수, 아침 9시에 물나온단 예고는 뻥..이였어..
받아논 찬물에 고양이세수를 하고
변기에는 바가지물 퍼다가 죽죽- 쏟아붓고
이것저것 임시변통,,
나 집에있음 아침밥 안먹는데
순미가 이것저것 차려준다니 어째
먹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냠냠쫍쫍 맛나게 차려주는 아침밥 먹고
틈만나면 호호깔깔 헤헤거리는데..
나: 순미야, 커피.. 커피마시자
순: 응.. 커피.. 내가 당뇨가 있어가 집에서 커피 몬마시게 다 버렸거던..
(순미, 냉장고를 뒤지며.. 뿌시럭거림)
(나도 거들어 여기저기 남의집 살림을 뒤지고..ㅎㅎ)
순: 야- 여??다 찾았다.. 누가 미국서 사다 준긴데..
나: (콩원두를 확인) 응.. 이거 맛있다. 갈아야지..
순: 응, 그냥 삶아묵으머 댄다 (주전자에 주루룩 원두를 쏟아넣고 푹-삶음)
나: 하하하하하 니 지금 머하능기고?
순: 엉, 우리.. 이래 묵는다 숭늉맹쿠로..
나: 야- 세상에나......
잠시후.. 삶은 커피국을..
나: 야-야 이기 머꼬.. 멀뚱멀뚱.. 커피가 장화신고 지나간기제..
순: 나나야 우리는 이래 묵는다. 쫌있다 또묵고 또묵고.. 숭늉매로 묵는다
나: 내 원,참,,, 절구통 내놔바라..
순: 알었다. 자- 이거..(절구통 대령.. 절구 속에 말라붙은 마늘이..ㅋㅋ)
나: 방아찧자 콩콩.. 후훗.
순: 쓱쓱 갈아서.. 잼있다 웅.. 그쟈.. 하하호호헤헤헤깔깔까르르르--
커피원두콩, 콩콩 찧고 쓱쓱갈아 걸름종이가 없어 커피가루를 조리에 담아
물을 주루룩-- 부어 건더기가 꾹꾹 씹히는 원두커피를 마시면서..
순: 나나야 이거.. 기양(그냥) 삶아묵는거캉 머가 다리노..
저그 삶아논거 말이다.. 낼아침되머 콩이 팅팅 뿔어거 이색갈 나온데이..
나: 냐하하하하하하하 그래되나? 푸핫하하하 내 밋!치겠따야..
순: 야야~ 커피국도 좋지만 교회가자.. 교회 갈시간..
나: 수본이넌 언제 도착하노..
순: 엉, 교회 끝나는 시간에 역으로 마중나가머 된다..
수본, 대구출발 영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와있고
우리는 교회로.....
시골교회 목사님의 커피국처럼 멀뚱멀뚱한 설교를 듣고 "아멘,아멘"
은혜로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02.11.3
***무작정 떠난 영주기행.. 그 둘쨋날이야기입니다. ㄴ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