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적가리만 남은 황량한 들판에는
가을 내내 훠이훠이 참새를 쫓던 허수아비가
전설처럼 남아있구요,
거리에는 군고구마 장수와
어깨를 움츠린 채 발걸음을 재촉하는 행인들의
모습에서 겨울이 오고 있음을 절감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이 입동,
이제 바야흐로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 볕에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무들이 어느새 곱게 단풍이 들더니
바쁘게 옷을 벗을 벗어 던집니다.
약간 미련이 남아 있던 나뭇잎들은
지금 내리는 비의 설득을 전혀 거부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실오라기 하나 몸에 걸치지 않고
잿빛 하늘을 머리에 인 채 알몸으로 서서
봄이 오는 길목까지 추위를 이기며 침묵해야 합니다.
서둘러 나무가 옷을 벗는 거리 곳곳에는
낙엽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습니다.
사람들은 옷을 더 입는 계절에
옷을 벗고 홀가분한 자세로 겨울을 맞는 나무에서
오늘 하루만이라도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찬 마음을
하나 둘 벗어 버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떠날때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도록
마음도 비우면서 그렇게 살아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