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어른들께서 오셨습니다.
행여 자식들에게 미리 전화라도 주시면 괜한 부담이라도 될까하여
그냥 오시나 봅니다.
퇴근길 고기라도 사려고 정육점엘 들렀더니, 어머니께서 아이들을
데리고 방금 전에 다녀가셨다 합니다.
치킨 보다는 얼큰한 닭도리탕을 좋아하는 우리의 아이들과 나란히
손잡고 즐겁게 거니셨을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이 흐믓하기만 했습니
다.
해마다 봄이 오면 어머니는 쑥을 뜯으십니다.
시간이 나실때마다 조금씩 뜯어 모아둔 그 쑥으로 쑥떡을 만드십니다.
저 어릴적 고향에서 자랄때 먹던 그 맛!
바로 "쑥개떡" 그 맛은 어릴적 향수를 떠올리게 하고, 영양도 만점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묻어 나는 그 쑥떡의 의미는 자식
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이 아닐런지요.
직장다닌답시고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 며느리를, 학원 다닌다, 학교
다닌다 방학때도 늘 마음은 있지만 시간을 잘 내지 못하는 우리 가족
들을 보고싶다 찾아 오시는 주름진 얼굴, 햇빛에 그을린 그분들의 얼
굴을 마주하면 마음한켠이 짠해집니다.
잘해드리지 못하는 죄스러움으로 한없이 움츠러드는 내 자신
마음같이 잘 따라주지 않는 무뚝뚝한 며느리지만 늘 좋은 점만 말씀
해 주시고, 싫은 내색 한번도 안 하시는 지난 10년이란 시간이 그저
고맙게만 느껴집니다.
언젠가 어버이날 마음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풀어 편지라도
쓰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아직까지도 너무 받기만 하고 늘 부족한
며느리일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 해 봅니다.
이제까지는 자식들인 우리들이 늘 그 어른들께 기대고 받기만 하는 시
간이었지만 깊어가는 주름살만큼이나 자식들에게 기대고 싶어 지실 삶
의 고단함에 대하여 인간적인 정을 느끼게 됩니다.
어머니의 쑥떡 보따리는 큰 아들, 작은 아들, 큰 딸, 작은 딸 , 막내
딸 집집마다 궁금한 소식과 함께 조용히 건네집니다.
총각김치, 배추김치 늘 무거운 김치 보따리에, 상추, 근대, 양파 등등
의 무거운 보따리까지....
이 보다 더 진한 사랑의 메신저가 있을까요?
당신의 한 몸 고이 간직하시고 편안하심을 바라는 자식들이지만,
늘 고단한 몸 뒤로 하시고 마음속에 이미 자리잡고 있는 자식이란
그림자는 평생을 그렇게 당신의 안에서 강한 생명력으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을 .....
갑자기 쑥떡을 먹는 목이 메어 오는 것을 느낍니다.
가슴속에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기가 막히게 맛있다"며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쑥쑥 자라는 것 같습니다.
해맑은 웃음으로 집을 나서는 아이들의 아침 발걸음이 그렇게 가볍게
느껴집니다.
살면서 우린 어떤 행복을 더 바랄까요?
그래서는 안되는 걸텐데....
정말 욕심을 버려야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눈을 가질 수
있을텐데....
이런 생각해 보면서 경쾌한 아침 FM과 함께 핸들을 잡습니다.
또 하루의 길목에서 어제와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하루를 열고 싶어
일터로 부지런히 달립니다.
상쾌한 바람 내음을 띈 행복이 차창 가에도, 내 집앞 문밖에까지
어느새 와 있습니다.
혼자만 알고 지내는 행복이 아니길 바래 봅니다.
이 시간 어디에선가 아픈 가슴을 메만지고 있을 분들에게 조금쯤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즈막한 음성으로 말하고 싶어집니다.
행복은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그렇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