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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자도의 바지락 잡기


BY 나예 2001-06-26

서해안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그 이름도 유명한 서해대교가 나온다.

거기 중간좀 더가면 행자도 라는 섬이 나오고 그곳이 고속도로 휴게소이다.

내가 가본 휴게소중에 제일 괜찮은 곳이라는 나름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지난 주말 서산에 볼일이 있어서 친정엄마를 모시고 나들이 길에 나섰다.

아침일찍 출발해서 막힘도 없이 내쳐 달려 행자도에 도착한 시간이 열시경

그냥 바다 바람이나 쐬이고 가야겠다고 내렸는데

오마나 그만 갯벌이 쫘아악 펼쳐져 있는게 아닌가

마침 조금때라서 갯벌이 열렸다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들어가 있었다.

왕년에 저 먼 서산 갯마을로 바지락 캐러 몇번 다녀오신 전력이 있으신 엄마

사람들따라 서둘러 갯벌에 발을 담그셨다.

나나 신랑은 뭐 바지락 까지는 생각도 안하고 처음으로 갯벌에 발담근다는

설레임으로 애들데리고 들어갔는데 군데군데 호미로 갯벌을 파서 바지락

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조그만 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에 아이들은 좋아라 큰소리 질러대고

진흙에 여기저기 뒤범벅 되어 웃는데

쳐다보는 난 저걸 어떻게 씻긴다냐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당연지사

호미를 준비 못한걸 후회하면서 손으로 갯벌을 파보았다.

조그만 바지락들이 제법 숨어 있었다.

맨손으로 파다보니 손에 상채기도 났지만 그 신기한 노동아닌 놀이에

시간가는줄 몰랐다.

작은 게들과 망둥이 새끼들 갯지렁이 굴 소라 고동 등 실로 많은 생명이 살아가는 신기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왜 갯벌을 생명의 보고라고 하는지 그것들을 보면서 이해할수 있었다.

정신없이 바지락을 잡고 있는 많은 사람과 나를 보면서

그곳 갯벌을 생업으로 삼고계신 분들에게 참 미안하단 생각도 들었다.

두어시간이 지난후 우리가족은 약 오키로그램의 바지락을 잡을수 있었

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캐어내다 보니 그 크기가 작은것들이 대부분 이었다.

작은것들을 다시 추스려 바다에 내려주고 제법 큰것들만 가지고 나오면서

이렇게 잡다가는 이곳 갯벌도 금방 황량해 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릴 즐거움 맘껏 누리고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이기적이긴 하지만

나와 같은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들이 많아질려면 갯벌은 보존되어야 하고

어느정도는 통제가 필요하다 싶었다.

양을 제한 한다든가 크기를 제한 한다든가 하는

너무 작은 것들까지 마구잡이로 잡아가다 보면 나중엔 그곳이 그렇게

바지락이 많았던 곳인지도 나의 후손은 모를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많이 되었다.

돌아와 냄비에 잡은것을 넣고 삶아 알맹이를 꺼내 먹는데 시장에 사먹

는 그런 맛하고는 달랐다.

개운하면서도 그 단맛이 나는 속살은 모처럼 입안에 즐거움을 가져왔다.

언제또 그곳에 가서 그때와 같은 즐거움을 갖게 될지는 모르지만 많

은 사람들이 가보았으면 좋겠고 아울러 오래토록 보존되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