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2시가 조금 지나자 갑자기 배가 아파왔다.
남편의 거래처에 돈을 받으러 갔다가 사람을 만나지 못해
근처 모텔에 방을 잡은 얼마후 였다.
첫애를 제왕절개로 낳았기때문에,솔직히 난 진통이란걸 모른다.
그런데,느낌이 이상했다.
예정일은 29일이었고,큰애에게 산고를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으로
작은애는 예정일에 맞추어 수술을 하고 싶었다.
의사선생님께서 간곡하게 말씀하셨다.
"좀 일찍 수술날짜를 잡아야 하는데?..괜찮겠어요?"
난 그렇게 미련을 떨었다.
시계를 들여다봤다.5분 간격에서 점점 시간이 빨라지고 있었다.
이미 이슬은 비쳐 입고 있는 점퍼스커트며 가디건 뒷자락은
흥건히 젖어오기 시작했다.
언제나 사업에 바쁜 남편..큰애도 나혼자 낳았다.
수술실 밖에서 노심초사 눈물짓고 계신 엄마만 덩그라니 놓아둔채,
첫번째 내 분신은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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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좀 불러주세요.진통인것 같아요"
프런트에 연락하고 1분간격으로 오는 진통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나는 진통으로 뭉쳐오는 부른 배때문에
몸을 가누질 못했다.
선생님께선 진통이 시작되면 수술하기가 힘들다고 말씀하셨다.
'아두골반 불균형'
큰애도 그래서 수술을 했는데,
둘째는 이미 자궁문이 6cm나 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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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기운에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눈 좀 떠봐요.아들이에요.양쪽볼에 보조개가 포~옥 들어가요"
그 즈음 남편의 사업이 부도를 맞았던 때였다.
축복속에 태어나야 할 작은아이는,
힘든때 태어났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지우라는 끔찍한 소리를
숱하게 들었던 녀석이었다.
그렇게 태어났다..나의 두번째 분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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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0월 28일 오전 6시 11분.
작은 아이는 우렁찬 울음소리로 이 세상에 인사를 대신했다.
오늘이 바로 작은아이의 만 4번째 생일이다.
호랑이 태몽을 꾼 호랑이띠 녀석이다.
웃을때마다 패이는 볼우물에서 언제나 난 희망과 사랑을
퍼 올리곤 한다.
고 작은 입으로 나를 부르며 까만 눈동자를 반짝거리며
내 품을 파고들때는 천사가 가슴에 안긴것처럼 너무나 포근하다.
힘들게 태어났지만,
아빠,엄마 때문에 천덕꾸러기가 되었었지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행복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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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내 아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