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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사는 날...


BY my꽃뜨락 2001-06-24



남편은 미식가, 입 짧은 아들놈, 흩어져 살다 모이는 주말이면
정신이 없어진다. 먹거리에 상당히 까탈스런 두 남자 기쁘게 해
주려면 메뉴를 솔찮이 신경써야 하기 때문이다.

고3이라 점심, 저녁은 학교급식으로 해결하는 딸과 있을 땐 식
탁이 형편무인지경이다. 혼자 먹는 밥상, 무슨 재미로 이것저
것 만들겠는가? 김치, 콩자반, 멸치볶음...대기용 밑반찬 죽 늘
어놓고 밥 한공기 물을 질끈 붓는다.

휘휘 저어 퍼먹다 보면 괜시리 쓸쓸해지는 마음, 소찬이라도 기
쁜 마음으로 감사하게 먹어야 하는데 어찌보면 죽지 않으려고 아
귀아귀 순대 채우는 꼴이다.

온 식구가 모이는 주말, 풍성한 식탁마련을 위해 장을 본다. 생
선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생고등어와 오징어를 챙겨들고, 아이들
을 위해서는 장조림감을 준비한다. 나물류 좋아하는 나와 아들을
위해 고구마 줄거리, 콩나물 그리고 죽순도 준비하고...

당신 좋아하는 고등어조림 하려고...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남
편이 재료까지 지시한다. 밑에 감자를 깔아줘. 난 감자가 맛있더
라. 허구헌 날 매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저 남자, 모처럼 마누
라가 해주는 밥상이 얼마나 기대될까?

군소리없이 남편 원하는 대로 조리를 시작한다. 감자 납작하게
썰어 밑에 깔고, 그 위에 고구마 줄거리로 한 켜를 올린다. 맨
위에 고등어을 앉히고 양념장을 푹 잠기게 부어 가스불에 끓이
면 맛있는 고등어조림 완성.

그사이 해물전 좋아하는 딸을 위해 전거리를 준비한다. 밀가루
에 계란 하나 깨어 풀어넣고 잘 다진 오징어를 넣는다. 매운
풋고추 송송 썰고 적당하게 자른 쪽파도 준비한다. 재료를 모
두 섞어 후라이팬에 기름 둘러 지지면 멋진 해물전도 순식간에
마련...

그다음은 나물순서. 콩나물 데쳐 갖은 양념해 무쳐놓고, 고구
마 줄거리는 남편 좋아하는 식성대로 된장에 무친다. 죽순 쪼
갠 것은 소금간에 갖은 양념 섞어 볶아내고...장조림도 매운
풋고추 잔뜩 넣고 조려낸다.

우와~~~~ 진수성찬, 식탁에 앉은 반찬 가지수가 황홀경이다.
남편도 좋아 싱글벙글, 기숙사 식단이 지겨웠던 아들도 엄마,
너무 맛있어요. 환상이에요...감탄사가 연발이고, 딸아이는
해물전 죽인다며 젓가락질이 정신없다.

맛있는 저녁성찬 즐기며 아빠 서울생활 이야기, 아들 학교 이
야기, 딸 수능준비 이야기, 헤어져 있던 사이의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나누는 마음에 평화와 행복이 넘쳐난다. 나라고 빠질
소냐? 잘난 척 하며 농사얘기로 관심을 돌린다.

참깨밭에 참깨모종이 얼마나 이쁘게 크는가를, 고추나무에 매
달린 고추소식, 토마토, 가지, 고구마, 콩, 팥 심은 것, 그사이
밭일을 떠벌리니 세식구 입이 쩍 벌어진다. 당신 대단해, 엄마
정말 훌륭한 농사꾼이야...다음 주엔 엄마가 농사지은 것들 따
러가자. 고추, 토마토, 가지 얼마나 자랐을까? 왁자지껄 떠들
며 다음 주를 기약하고. 이만하면 됐지, 무얼 더 바랄까. 감사
하고 감사한 마음, 이 마음 늘 깨어있게 하소서...

꽃뜨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