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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7

뭐하노


BY 풀씨 2001-06-24

뭐하노
뭐하세요
뭐하고 지내니?


누가 그렇게 물어보면
갑자기 대답할 말 이 궁색해진다
그렇게 물어올때 대단히 폼나는 일이라도
하고 있으면 답하기도 간단한데
헝클어진 모습으로 지금 목욕을 가야하나 마나 를 고민하던가
아니면 걸레나부랑이를 들고 오늘 햇볕이 좋으니 이걸 삶아? 말아?
아님 씽크대를 들쑤셔 씻고 있던지 닦고 있던지
그도 저도 아님 그저 뒹굴고 있을때나
그것도 아니면 냉장고 문 열어놓고 뭘 먹을까를 목하 고민중일때도
있다
그래서 전화를 받거나 친구를 만났을때
난처한 질문중 하나가 요즘 뭐하니? 란 질문이다
그렇게 물어보는 친구들은 나처럼 하루를 허비하지는 않나보다
그런 질문에 내 대답은

- 그냥 집에있어-
- 지금 나물데치고 있어-
-밥하려고 준비중이야-
좀 장난스럽게 대꾸할땐
-네전화받고 있어-
이렇게 하면
- 아무것도 안한단 말이야-
꼭 이런식으로 되묻는다
아무것도 안하다니
내가 답한것이 분명 뭔가 하고있음을 얘기했는데
아무것도 안하니?라고 상대는 되묻는다
첨엔 그런경우 괜히 쑥스럽고 부끄럽고 기분이 좀 그랬다
포옴나는 일이 아니라서 지네들처럼 전문직에서 지들이름 걸어놓고
하는 일도 아니고 하다못해 그럴듯한 상호를 내걸고
마케팅을 하는것도 아니고 해서 주눅도 들곤했지만
나의 모호한 일상도 참 보람있는 일이란걸 시간이 가면서
알게되었다
남들은 나를 모르지만 우리가족은 내 노동을 필요로하고
내 관심 또한 필요로 하고 그래서 어쩌면 무엇과도 바꿀수없는 소중한 존재이며 남들보기에 지극히 단조로운 일상이 내 가족에겐 플러스 알파 같은거라고 혼자서 멋대로 정의를 내리며 살기로했다

아내,엄마,자리도 다른일 못지않게 힘들고 벅차고 보람있다는것을
그래서 한풀꺾여 언젠가 나도 뭔가 해야지 해야지
벼르던것을 접기로했다
이제는 그렇다
누가
-뭐하니- 이렇게 물으면
-가족지킴이란다- 이렇게 답하면 괜찮은 답이 될까
주부의 하루일은 표나지 않으면서 힘들다
그렇다고 주부라는 위치를 격상시켜주는 사회도 아니다
하다못해 앙케이트나 여타 설문조사에도
직업란에 가사 나 주부 이렇게 쓰면 꼭 직장이 없는지를
한번더 확인하며 나를 씁쓸하게 만들기도했다
그때 기분은 능력없는 여성 이라는 딱지를 저들이 갖다 붙이는것
같아서이다
나는 분명 일하는사람이다
출퇴근이 없지만 놀지않고 일하는사람이다
그런데 뭐하니? 하고 물어보면 애매하기만하다
주부도 직업인이라고 봐주면 안되남
주부의 월급은 얼마라는등 노동가치를 따져서 환산한 수치를
본적은 있지만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고 인식이 중요하다
주부도 어엿한 직업인이다 하는 인식말이다
나가서 일하지 않으면 그저 놀고먹는 사람이라는 생각부터
바뀌었으면 한다

이렇게라도 위안하며 사는 나는
뭐하노 하는 말에 이제 주눅들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