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유류분 제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5

어떤 소년의 고민..그리고..


BY mspark0513 2002-10-26

나는 교회의 초등부(4학년~6학년/ 5학년 담당)교사다.

한 친구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가신 지 3주가 지났다.

 

그 어린 친구(5학년)를 교회카페의 채팅에서 만났다.

 

그 아인.. 고민이 있다 했다. 그건...

 

차가 많은 찻길에 나오면... 아빠가 보고 싶다는 거였다.

 

왜 그것이 고민이 되는 것인지 내가 물었다. 생각하면..안 될 것 같기 때문이라 말했다.

 

주변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아빠를 그리워하면 그 아이가 약해 질까봐... 절대 생각을 하지 말고 잊어버리라고 그렇게 말씀하고 계신 모양이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말했다. 아빠를 너무 빨리 잊어버리면 어쩌면 아빠가 섭섭하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나면 생각하고 말하고 싶으면 말고.. 울고 싶으면 울라고...

그리고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실지 모르니까 엄마 앞에서는 의젓하게 참으라고,,,

그리고 네 방에선 네 마음이 시키는 데로 그렇게 하라고...

 

그래도 괜찮은 거냐고 아이가 물었다.. 그럼... 내가 대답했다.

 

생각하면 안 되는 줄 알았다고 그 애는 말했다. 그러면서 감사하다고...

아이들 채팅용어로 혀를 내밀어 웃는 모습을 바로 올리면서 시시덕거렸다.

 

장례식장에서의 아이는 정말 차분했다. 사람들은 아이가 어쩜 저리도 아빠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을 수 있냐고 했다. 난 그 아이의 마음을 하나님이 간섭하고 계신다고 믿었다. 그 아이가 아빠의 죽음 을 인정하여 슬퍼하면 어쩌자는 것인가.

 

아이의 아빠는 개인적으로 아는 분이 아니셨다. 그래도..장례식장에서 성도들의 애도와 관심으로 충분히 그분이 살아온 상황들을 알 수 있었다. 얼마나 신실하셨는지... 얼마나 사랑이 많으신 분이셨는지... 그래도.. 하나님의 계획은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 있어 그분은 그렇게 하늘나라에 가셨다.

 

잘 살아야 하고... 잘 죽어야만 하는데... 우리의 삶의 한계는 정말 헤아릴 수가 없는 것임을

새삼 느꼈다. 장례식에서의 이상한 감동... 그래서... 난 장지까지 따라갔고 상주 가된 아이를 지켜볼 수 있었다.

 

아이는 아주 차분했다.

그리고.. 울지 않았다...

 

\"힘들지?\" \"네...\"

\"울고 싶으면 울어..\" \"엄마가 힘드실거예요...\"

 

그 아인 알고 있었다.

아빠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였다.

까만 양복을 입은 그 아일 난 꼭 안았다.

 

\"주일날 교회에서 만나자... 그리고 씩씩하게 행동한 거 아주 잘했어.. 그래도...슬퍼지면

슬퍼해도 괜찮은거야...\"

 

그렇게 3주가 흘렀다.

3주 동안 아이는 정말 어두워 보였다.. 난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생각을 자꾸만 밖으로 밀어내야 한 다는 것이 아이에게 강박관념으로 다가서지 않을까?

어른이 아이보다 힘겨울까? 아이가 엄마 때문에 슬픔을 참아내야 하는 것일까?

 

아이의 엄마도 개인적으론 잘 알지 못한 분이셨다.

그런데... 남편을 보낸 그녀는 정서적인 불안상태라고 하였다

그러니... 이 소년의 고민이 얼마나 클까?

 

내일은 주일이다.내 행동.. 말... 표정에서... 아이들은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고 싶어 할게다.

 

그러니... 오늘밤 여느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주일을 준비해야 하는 아름다운 부담이 생겨 난다.

 

우린... 잘 살아야 하고.. 그리고... 잘 죽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죽음도 예비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지 모르겠다.

 

언젠가 어떤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현대인은 매일 눈을 뜨고 아무 일이 없는 일상의 무사함으로 감격해야 합니다..

때때로...유서를 써두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컴퓨터에 자기 방을 만드십시오. 그리고...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그 절박한 느낌으로 가족에서 편지를 쓰십시오.

우린 잘 죽어야 하는 것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소년의 고민이 가슴 저린 밤이다.

 

가을은 깊어가고 있고 가을 느낌 하나만으로도 코끝이 시리다.

그 말씀을 듣고 난 후도 난...한장의 유서도 쓰지 않고있다...

그러나..

분명 한 것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해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이 그저 서글픔이나

두려움으로 느껴서는 아니 된다는 사실이다.

잘 살 아내 는 것만큼 잘 죽고도 싶은 것은..분명..모든 이의 소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