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이 익어 이젠 수확도 거의 끝난 계절이다
풋매실로 매실주를 담그기는 늦은 계절이기도 하다
시장좌판위에 수북히 쌓인 매실을 얼마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안에 군침이 고이면서 어떤 풍경하나가
떠오르며 신입맛을 다셨다
큰애를 임신하고 입덧을 심하게 했는데
2월에 시작하여 4월달이 되니 더 심해졌다
시어른과 시동생 모두 한집에 살때라 많은 식구들의
세끼 밥해내기도 참 힘들었다
밥냄새는 물론이고 김치냄새가 얼마나 역겨운지
입을 가리고 밥을 푸고 김치를 썰고 고역스러운 노동을
감내해내야만 했다
원래 51키로였던 몸무게가 두어달 사이 46킬로그램으로
뚝 떨어졌다
아무것도 먹을수가 없었다
시댁은 시내에서 1킬로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집은 600평 대지에 온통 매화나무가 집앞으로 심겨져있고
나무아래엔 천리향 과 접동백꽃,작약,그리고 알수없는
약초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시청에 나가시는 시아버님의 소일거리로 약초키우는것을
하셨는데 그땐 나이가 어려서 어떤곳에 쓰이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다만 매화꽃이 피어나는 초봄
아래채 내 방 창으로 하얀 매화꽃을 볼수있고 매화꽃향과
함께 천리향 냄새를 실컷 맡을수 있었다는것만 지금
기억에 새롭다
시댁에서 키우는 매화는 양매실이라고 해서 토종매실보다는
크고 알도 굵었다
입덧이 심해서 아무것도 먹지못하면서도 매실의 신맛이 왜그리
당기던지
당시 중학생이었던 시누이가 함지박으로 굵은 매실을
따오면 마루에 앉아 시누이가 깎아두기 바쁘게
냉큼 냉큼 시디신 매실을 줏어먹었다
시누이는 깎아만 주면서도 내내 시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진즉 먹고있는 나는 느글대는 속이 게운키만했다
그 봄내내 매실을 딸 때까지 내가 먹은 매실이 얼마나 되었을까
하루도 거르지않고 토악질이 나온다 싶으면
쪼르르 매실나무아래로 가서 굵은 놈 하나 골라
옷에 쓱쓱 닦아서 깨물곤했다
그때 넘 신것을 많이 먹었던 탓일까
우리 큰애가 위가 좀 약한데 의사선생님 말씀이
위산 이 좀 많은것 같다고 하길래
집으로 돌아와서 입덧하면서 너무 신것을 내가 많이 먹은탓인것 같아
한참 우울했다
요즘도 꽤 신 맛을 좋아하는데
괜히 횟감이 없어도 초장을 넣고 밥비벼먹는것을
좋아하는 편 이다
매실철이되면 아스라히 멀어진 새색시때가 그립고
꿈인양 지나쳐버린 그시절이 사무치게 가슴을 흔들때가 있다
올해도 매실로 큰 유리병에 술을 담구었다
매실 엑기스는 따로 내어 밀봉해두었는데
올 여름 시원한 쥬스로 더위를 밀어낼 생각이다
해마다 매화나무에 매화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하겠지만
나는 이제 지나간 추억만 떠올리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