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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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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도 더도 말고 그만큼


BY 반숙현 2000-06-11

오늘은 일요일 모처럼 남편이 사무실에 안나가고 쉬는 날이다.
난 겉으로 "아이 자기가 오늘 쉬니깐 난 너무 좋다"이렇게 맘에도 없는 소리를 해본다. 울 남편은 일년이면 한번 아주 아픈 날이나 집에서 쉰다. 그래서 모처럼 쉬는 남편이 부다스럽다.
별반 음식도 까다로운것도 안닌데..그리고 날 귀찮게도 하지 않건만 남 남편이 집에 있으면 괜히 짜증이 난다. 가만히 짜증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일요일이면 평일보다 엄청 일이 더 많다. 아이들 목욕에다 밀린 학습지 일일이 봐줘야지. 거기다가 병석의 시엄니 수발,하루가 멀게 벗어놓은 빨래. 그리고 다림질 할 옷들 ... 네게 일요일은 휴일이 아니라 노동의 날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이 나에게는 버거웁기만하다. 이러다 보니 남편의 모처럼의 휴식이 나에겐 고역이 될수밖에......
나도 남들처럼 식구가 단촐해서 일요일이면 늦잠도 자보고 시어머니 시동생 눈치볼것도 없이 편안한 옷차림으로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 . 남들에게 쉬운일들이 나에겐 이렇게 힘든일인지..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애기 엄마 이다음에 복받을꺼유..시어머니를 그렇게 정성으로 모시니 애들이 커서 다 엄마 한테 잘할거유" 나는 그런 소릴 들을때마다. "누가 복받으려고 그러나 내 천성이 그런걸 그럼 어떡해" 난 남들이 말하는 나의 착한 천성이 난 정말 싫다. 그러나 어떡하랴.누구나 한번은 늙지 않는가. 지금의 내가 영원하지 않듯이 ...나도 금방 50되고 할머니가 되겠지. 먼 훗날 기억나겠지 난 그리 나쁜 며느리는 아니었노라고...내 딸들이 시집을 가서 똑같이 이엄마의 전철을 밟더라도 난 뭐라고 말할수 없다. 그게 인간의 도리가 아니겠는지..부다 딸들아, 엄마가 너희에게 부탁한다. 더도 덜도 말고 엄마 만큼만 하거라. 엄마가 가끔 짜증내는 일까지도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