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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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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연 ....


BY 올리비아 2002-10-18



세월을 정신없이 보내고도 왔는데
모든게 그대로 인게 있었다..

친구도 그대로..
추억도 그대로 내 곁에 있으니...

17살 소녀시절부터 지금까지 
친구하면 떠오르는 대명사같은 그녀와 난 

가을이 시작되는 산사를 함께 오르고 있었다.

스무살 시절 그 친구가 방황하며 힘들었을 때
한달여 동안 묵었던 그 작은 암자를 우리는 어느새
나이 사십이 다 되어 그 곳을 찾아가고 있었다.

해가 질 무렵..
갑사 입구에서 절을 찾아간다며
매표소 아저씨께 말하곤 산을 오르는데 
관리자 아저씨인듯한 분이 자전거를 천천히 
타며 우리를 따라 오시고 있었다.

"어디 절에 가시는데요?"
"아..내원암이요.."

그 분은 자꾸만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그 곳에 연세가 많으신 여스님이 계시다했고,
그 분은 여스님은 안 계시고 남자 스님이 계신다고 했다.

결국은 우리가 찾는 스님은 그 밑 작은 암자에 자리를 옮겨
계신다며 그 암자 이름을 친절히 알려 주시곤 내려 가셨다.

"담에 보면 차 한잔 사주세요~"
"네..고맙습니다..아저씨.."

우리 둘은 그렇게 18년만에 
추억속의 그 곳을 찾아 오르자
왠지 길이 많이 변해진듯 해 보였다.

"그때는 이런 길이 아닌 것 같은데.."
"응..그 절에서 공부한 고시생이 고시 패스하고나서
길을 이렇게 만들어 줬다더라.."

"아하..그렇구나..ㅎㅎ"

그렇게 잘 다듬어진 길로 절을 찾아 간 
우리는 잠시 반가움과 어색함에 발길을 멈추었다.

"여기가 너가 그때 묵었던 방이지"
"아냐..저 방이야.."

"저 나무가 너가 그때 그린 나무지?"
"그런가.. 저나무 아닌가.."

우린 그렇게 발소리 죽이며 한적한 산사에서 
잊혀진 기억 더듬거리며 소근거리고 있었다.

참으로.. 서럽도록.. 
적막하고.. 조용했다.

"너..그때.. 절에서 참 심심했겠다.."
"응..하루가 참..길었지.."

우리는 조금은 변해진 그 절을 한바퀴
둘러보곤 나무옆 바위에 잠시 걸터 앉아 
가뿐 숨을 가라 앉히고 있었다.

"에구..모든게 그대로인데 
우리만 늙어서 이렇게 여기 찾아왔네..ㅎㅎ"

그렇게 잠시 쉬던 우리는 그때 그 스님이 
계시다는 절을 찾아 다시 산을 내려갔다.

좀전에 아저씨가 알려준 
작고 허름한 그 암자를 찾아 올라가보니

순간 올망 졸망한 꽃들이 18년전 그때처럼
화단에서 눈부시게 활짝 피어 있었다.

"어머머..저 꽃 좀 봐.."
"그래..스님은 꽃을 참 좋아하셨어..여기 맞나 보다.."

우리의 소근거림을 듣고 나오신 
스님의 모습을 보곤.. 우린 깜짝 놀랐다.

세월이 어디로 흐른건지..아니면 멈추었던건지..
어쩜..80의 연세로 그 모습 그대로인지..

우리를 기억하시곤 반기는 
스님의 밝은 미소를 보는 순간 콧잔등이 시려웠다.

"어쩜..그대로세요..너무 고우시고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어요"
"어허..이젠 나이가 80인걸..ㅎㅎ"

"늙지 않는 비결이 아무래도 있는가봐여 알려주세요..ㅎㅎ"
"그래..산속에서 맑은 공기마시고 욕심없이 살다 보니
그래 보이나 보다.."

"꽃을 여전히 좋아하시네요.."
"그래..난 꽃이 좋아..난 꽃하고 살아야 돼..ㅎㅎ"

우린 그렇게 반갑게 마루에 앉아 그윽하게
서로의 모습들을 바라보며 세월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그래..인연은 이렇게 소중한거야..이렇게 나를 다~ 찾아주고 말이지.."

인연..
그래..인연..

한 번을 보아도 
평생을 못 잊고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 십번을 만나도 
기억 못하는 사람이 있잖은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또 얼마나 많은 인연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

산사에서 내려온 지금까지도

스님의 나지막한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들리는듯 하다..

"인연...그래..인연이란.. 소중한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