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종일내린 비 덕분에 하늘도 바람도 상큼합니다.
밤새 내리는 빗소리를 듣느라 잠을 설쳤습니다.
오늘은 기분을 살리려 핑크빛 앙상블을 차려입고
출근을 합니다.
버스도 오래기다리지 않고 와 주었고...
스타킹을 신지않은 민다리에 스치는 바람이 맛깔스런
아침입니다. 음악프로를 듣느라 이어폰을 귀에꽂고 흥에
겨워 버스에 오릅니다.
집앞 정류장에서 신림4거리 까지는 만원버스로 가야합니다.
지하철을 타기위해 신림4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내립니다.
되도록이면 밖이 잘 보이는 창쪽의 좌석을 골라 앉습니다.
비내린 다음날 맑은 공기를 만나면서 기분도 좋아집니다.
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아침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 안경을 잊고 쓰지않고 나왔습니다.
시력은 과히 나쁘지 않지만 난시로 인해 머리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미간에 힘을 주어야만 초점이 모아진다는 것을
난시를 가진 사람들은 알 것입니다.
그래도 하루쯤 안경을 벗고 세상을 바라보려 합니다.
잘 보이는 안경넘어의 세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좀 흐릿해도
그곳엔 같은 세상이 존재 할 것이라 생각을 했보았습니다.
어느 젊은여자가 길을 걷습니다.
허리가 불편한지, 80쯤 어른의 허리처럼 굽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빨리 걸으려 해도 빠르지 않은 걸음걸이로
길을가고 있었습니다.
그 젊은여자를 보면서 감사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난, 누가 보아도 반듯한 몸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뒷좌석의 젊은 아저씨가 전화로 말다툼을 합니다.
아마도 집에있는 아내와 인듯 싶습니다. 젊은 아저씨가
전화를 끊으면 전화벨이 다시 울리고, 받아 ㅆ 들어간
욕을 몇마디 하면 상대편이 전화를 끊는 모양입니다.
이 아저씨가 다시 전화를 하는 모양으로 보아선...
몇 정류장을 오도록 전화 다툼은 계속되었습니다.
다투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다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일 것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라디오 진행자가 사연을 소개합니다.
서로 이해하지 못해 헤여진 연인중의 한사람인 모양입니다.
좀 이해해 줄 걸 후회가 된다는 말과, 헤여진다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립다는 말로 맺습니다.
안치환의 내가만일을 신청곡으로 들려달라며...
그렇습니다.
사랑은 이기적이여서는 이루어 질수가 없습니다.
결점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결점을 덮어주고, 이해하는게 진정한 사랑이
아니겠는지요, 서로 함께 한다고 다 사랑이라 생각들을
하지만 진짜사랑은 상대를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있을때 사랑이라 할 수 있는것입니다.
거리는 물기를 머금고, 사람들의 결음걸이를 돕고있습니다.
오랫만에 내린비로 사람들 마음이 모두 촉촉해 진듯 합니다.
사당고개에서 포크레인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많이 메말랐던 산둔덕의 나무들이 모두 말라 죽었습니다.
비를 흡수 할 수 있는 나무가 모두 죽어서 그 흙들은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라디오 진행자가 말합니다. 심하게 가물어 어느 지역에선
저수지 바닥을 파내었고, 어느지역은 댐을 헐었다고...
그 때문에 물을 저장할 기능을 상실해 피해가 있었노라고...
갑갑하긴 하겠지만, 성급한 우리나라 습성때문에 항상
큰 일이 벌어진단 생각을 했습니다.
사당사거리엔 양쪽으로 예쁜 소공원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내 또래의 여인이 겨울외투를 입고, 커다란 가방을
서너개쯤 옆에놓고, ?어진 우산을 쓰고 벤취에 앉아
있습니다. 그 여인을 보면서 난 또 감사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쳐도 정신을 놓아 버리지 않고
산 내자신에 대하여...
구 벨기에대사관저의 정원에 아름다운 나무들이 가득합니다.
화훼나무의 공작깃털같은 분홍색꽃이 피어 있습니다.
소공원의 나무들도 오랫만에 맛본 단비때문인지
다른 빛깔로 행인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드디어 내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버스가 도착합니다.
정류장 횡단보도에서 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에서
아이들을 위해 교통정리를 하고있습니다.
재잘거리며 노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오늘은 유난히
또로롱 거리는 것 같습니다.
어제내린 비로 아이들 마음도 맑은 냇물이 되어
흐르는 듯 합니다.
초등학교 운동장은 모래로 되어있습니다.
빗물을 머금은 모래들은 사그락 거리면서
내 발에 밟히고 있습니다.
바삭거리던 모래가, 어릴적 사금파리처럼 사그락 거립니다.
어디쯤에선가 여름이 우리들을 만나러 와 줄것 같습니다.
아니, 여름은 우리곁에 와서 놀고 있었는데...
바쁜 일상으로 인하여, 잊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어느것 하나도 잊지 않고 살길 바라지만 우린 많은
망각을 가슴에 안은체 살고 있습니다.
많은 생각으로 40分의 아침을 보냈습니다...